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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녹음본' 숙제 의미? SK는 '부인'…조선족 살인교사 건 비교해 보니

정교한 정황증거와 의사연결 설명…특검수사 핵심증거 급부상 가능성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1.12 14:57:02

[프라임경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SK그룹과 청와대 간 사면 거래 정황을 담은 녹음본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내용의 정황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015년에 특별사면을 받은 바 있다. 특검팀이 입수한 대화 중에는 사면과 대가성 거래에 대한 내용이 있다는 것. 이 녹음은 김영태 SK 부회장과 최 회장의 사면 전 교도소에서 나눈 대화를 담은 것으로, 박근혜 대통령 측이 최 회장에게 사면 처리해 줄 테니 모종의 작업을 해달라는 의미의 '숙제' '귀국 결정' 등 단어가 등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면을 청와대가 결심했음을 SK 측이 인지했으며, 더 나아가 거래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줄을 잇고 있다.

특검이 암호 같은 정황과 대화를 어느 정도까지 규명해낼지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해당 관계자나 기업에서 부인 태도로 일관할 경우의 처리에도 관심이 쏠린다.

SK그룹에서는 과도한 해석이자 왜곡된 시각이라는 반응이다. SK 관계자는 12일 "2015년 8월10일 오전 10시부터 사면심사위원회가 개최됐고, 이미 다양한 언론매체 등을 통해 최 회장이 사면 대상인 것은 알려진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최 회장이 자신의 사면 성사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뉘앙스의 언론 보도를 일축한 것이다.

대화 내용 중 숙제 등 표현과 관련해서는 "당시 광복절 특사가 경제살리기 차원에서 진행된 것인 만큼 최 회장과 SK그룹이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투자와 채용 등에 적극 나서야 하는 상황으로, 막중한 책임감을 의미하는 대화였다"는 취지의 설명을 내놓았다. 또한 SK는 "당시는 미르와 K스포츠 재단 얘기는 언급도 되지 않았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시신 없는 살인 사건' 정황 논리만으로도 처벌 가능

그렇다면 일명 정황증거만으로 어떤 혐의를 입증하고 처벌하는 게 가능할까. '시신 없는' 살인 사건들을 보면, 정황증거만으로 살인을 입증, 유죄 판결이 난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

2010년 일어난 일명 '여자친구 낙지 살인 사건'은 결국 정황증거에도 대법원이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도록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는 원칙을 채택, 무죄가 선고된 경우다. 사건 이후 피해자가 화장돼 추가로 증거를 보충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결국 2013년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하지만 같은 해 대법원은 '동업자 살인'의 경우 정황증거를 받아들여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검찰은 시신도 찾지 못하고 살인 시기도 특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전체 증거를 종합적으로 고찰할 때 범죄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봐 정황증거로 유죄를 선고했다.

'순차적으로 대화 등 처리 과정'에 주목…SK 건 대규모 투자와 맞닿아

또 다른 사건을 보면 법원이 정황증거를 통한 사건 내용 파악에 어떤 조건을 요구하는지 이해가 쉽다는 해석도 있다.

지난해 6월 나온 한 항소심 판결(조선족 살인교사 사건)은 1심과 항소심의 '상해교사' '살인교사' 판단이 엇갈린 배경에 정황증거에 대한 법리 판단의 요점이 숨어있다는 것.

이 사건에서 항소심 법원은 "(피고가 피해자와) 소송전을 벌이면서 곤궁한 처지에 놓이게 된 점, 피해업체 관계자를 회유하려 하였으나 실패한 점 등에 비춰  살해 동기가 인정된다"고 하고, 이어 "피해자의 새로운 사무실 주소를 알아내는 과정에서 이씨(이 사건 피고)와 또 다른 이씨(중간 가담자), 김씨(조선족 직접 살인행위자)가 순차적으로 대화를 나눈 점을 단순한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연쇄적으로 살인을 교사한 의사 연락이 있었다고 보고, 상해교사만 인정한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SK의 경우도 이와 흡사하다. 그룹 관계자의 해명이 정교하긴 하나, 실제로 최 회장은 김 부회장과의 접견 사흘 뒤인 8월13일 사면이 결정됐고, 주요 계열사인 SK하이닉스는 사면 직후 46조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특검은 사면의 대가성과 관련해 숙제를 단순한 사회적 기여 필요성의 의미가 아니라 그 이상의 문제로 주목하고 있으며, 법리적으로 의미있는 해석이라는 것이다. 또한 SK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 111억원을 낸 만큼 사면이 이와 연관성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포괄적 연관성과 대가성이라는 의사 연결 입증을 두고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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