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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정리 거자필반] 서로 뭉치기 어려운 용역, 교섭단위 분리로 보호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1.11 11:37:39

[프라임경제] 사람은 모이면 언제고 헤어지게 마련(會者定離), 헤어진 사람은 또다시 만나게 마련입니다(去者必反). 하지만 반갑게 만나서 헤어지지 못하는 관계도 있습니다. 바로 근로고용관계인데요. 회사가 정리(會社整理)해고를 잘못한 경우 노동자가 꿋꿋하게 돌아온 거자필반 사례를 모았습니다.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징계나 부당노동행위를 극복한 사례도 함께 다룹니다. 관련 문제의 본질적 해결 방안도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사용자 주장: 안녕하세요? 시설관리를 주로 맡는 A산업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전국 각지의 관공서나 기업체의 시설관리 업무를 수주해 사람을 써서 이를 적절히 관리하는 것으로 돈을 벌죠. 아, 전국 각지에 사람을 부린다니 대단히 큰 회사로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요, 이게 겉보기하고는 좀 다른 구석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자체적으로 청소부나 경비원 등 사람을 둬서 시설을 관리하게 했지만, 정규직원을 두는 게 부담이 되기 때문에 지금은 저희 같은 업체들에게 맡깁니다. 그러니까, 건설공사처럼 이런 시설관리 건이 있으니 입찰을 하라는 공고가 뜨고 거기서 가장 적당한 조건을 써낸 업체가 일감을 맡는 것이죠.

막상 이렇게 사업장(공공기관일 수도, 민간회사일 수도 있는)을 따내면 사람을 구해야 하는데, 이게 또 그렇게 복잡하지가 않습니다. 막 신설된 곳이 아니면 기존에 거기서 일하던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거든요. 저희보다 먼저 시설관리를 하던 회사가 고용한 사람들인데, 회사를 따라가지 않고 일감이 있는 곳에 남는 것이죠.

말이 길었는데요, 이번에 저희가 중앙노동위원회에 불려간 사건도 이런 점을 감안해서 보시면 좀 이해가 가실 겁니다. 저희가 전국 곳곳에 10곳 정도 이런 사업장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애당초 노조를 만들겠다고 하는 자체가 이상한 거 아닌가요?

개개 사업장마다 원청에서 제시한 근무조건이나 수당, 복리후생 등등 조건이 다 다를 수밖에 없어서 '임금단체협상'이니 하겠다고 나서야 큰 도움도 안된다는 게 저희 의견입니다.

실제로 그래서 대체로 불만들이 없고, 유독 **도 도청사, ◯◯공단 두 군데만 시끄러운데요. 우선 **도 청사의 경우, 양대 노총 산하 조직이 서로 노조를 만드는 작업을 해서 사실 2개나 노조가 있는데 양쪽이 서로 한 50명씩 되나요? 이들을 편의상 B노조, C노조라고 할게요. 정말 문제는 오늘의 주인공, ◯◯공단 현장입니다. 아, 노조를 만들겠다고 하는 것까지는 이해를 합니다.

하지만 '교섭단위 분리'니 뭐니 하면서 분란을 일으키는 건 못 참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B노조와 C노조 중에 들어가면 안 되는 건가요? 그런데 거기하고 자기들은 다르다나요? 그래서 굳이 자기네 현장 사람들끼리만 모여서 D노조를 만들었습니다. 아니 뭡니까, 이게 친목회도 아니고요. 더군다나 B노조와 C노조하고 체결한 임금단체협상 틀이 있으니 크기도 작은(20명짜리) D노조가 따르면 되는 것 아니겠어요?

가장 말이 안 되는 건요, 불만이 있어도 그래요, **도 청사 용역 업무는 사실 2017년 상반기까지란 말입니다. 이번엔 저희에게 일감을 주지 않을 눈치에요. 그러니까, 이들 노조는 더 이상 저희 소속이 아니게 된단 말이죠? 그러니, 사실 그 다음엔 ◯◯공단에 있는 노조만 남습니다. 아니, 기껏 몇 달 안 남은 걸 못 참아서 교섭단위 분리 뭐 그런 식으로 분란을 만들어야 되나요. 이건 회사를 무시하는 건 둘째 치고 100명 인원 노조들까지 바보 취급하는 것 아니겠어요, 20명짜리 미니 노조가 말이죠.  

근로자 주장: 안녕하세요? 앞서 회사에서 '용역'이라는 특이한 상황에 대해 잘 설명했고요. 다만 몇 가지만 덧붙여 말씀드릴게요.

저희들이 노조를 따로 운영하면서 여러 개 쪼개진 한 것은 용역의 특수성에다 사업장별로 필요로 하는 인원과 업무가 다 달라서예요. 하나의 회사가 여러 곳에 사업장을 둔 것이니까, 그 사업장끼리 사정이 다르고 한 사업장 안에서도 업무별로 사정이 달라도 마지막에는 하나의 교섭단위로 회사 측과 이야기를 하는 게 원래는 맞다네요.

그럼, 노조만 서로 다르게 만들고 그래도 중요한 경우엔 서로 연대해서 하나의 소리를 내면 되지 않느냐, 또 그게 더 유리하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저희 용역 업무라는 건 일반적인 기업에서 여기저기 공장을 만든 경우와는 달라요. 사업장별로도 조건이 아예 서로 다르고요, 일감 자체도 다르고요. 더욱이 일을 하고 그만 두고 하게 되는 계기가 사실 A산업 직원으로 평생 가느냐 비정규 계약직으로 계속 가느냐 그런 것으로만 따질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래서 저희는 다른 노조들하고 어떻게 이야기를 하고 이런 것보다는, 사실상 회사 내에 사업장별로 교섭단위를 나눠서, 그렇게 대화를 하는 게 옳지 않느냐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이죠.

마지막으로 사실상 B노조나 C노조 꾸리던 분들이 앞으로 몇 달만 지나면 우리 회사 소속 아니라 그러니까 가만 있어도 저희가 대표 노조 되니까 참으라고 하는데요. 당장 불편하고 불합리한 것을 사나흘이라도 참기 힘든 경우에 이야기하려고 노조를 만든 건데, 그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소리인 것 같아요. 도와주세요.

-중앙2016단위24 사례를 참조해 변형·재구성한 사례

사안에 잘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급여 조건이나 노동 시간 등 외에도 이들 세 노조는 청소와 경비, 시설관리직 등으로 일이 워낙 다르고 또 한편 **도 청사와 ◯◯공단이 가진 근무 조건 차이로 입장이 완전히 다릅니다.

같은 회사 소속이라는 타이틀만 공유할 뿐, '우리는 한 가족'이라는 공감대는 결코 형성되기 어려운 정도인데요.

이런 때는 아예 교섭단위를 갈라서 회사가 둘 이상의 교섭단위를 상대로 각각 협의를 하도록 하는 제도(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9조의3)가 있습니다.

회사로서는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고, 나쁜 선례를 만드는 것처럼 느껴질 겁니다. 사실 복수노조 제도 하나만 해도 번거로우니까요. 즉 자기 사업장 전체가 하나의 교섭단위인 경우에도 복수노조가 있는 자체가 신경 쓰이는 와중에, 교섭단위별로 나눠지고 또 거기도 개별적으로 복수노조라도 생기면 그걸 골치 아파서 어떻게 하냐는 우려도 들 법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논점은, 조만간 D노조만 유일무이한 노조로 남지 않느냐는 부분입니다.

막상 **도 청사 업무가 곧 종결되고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도 자진해서 퇴사들을 할 것(B노조와 C노조 소속 노조원들은 A산업 직원으로서 일하는 게 아니라 **도 청사에서 일을 하는 것 자체에 관심이 있으므로)이니, 그러면 이 회사 내에 노조는 유일하게 ◯◯공단에서 일하는 이들의 노조, D노조만 남는 것이죠.

그러나 A산업이 용역 관련 업무를 주로 하고, 전국 각지의 일감을 수주하러 애쓰는 회사인 점을 다시 생각해볼까요. 몇 달 후 '잠시' 단일 노조이자 대표 노조 자리를 D노조가 차지하겠지만, 언제든 또 다른 거대 사업장을 A산업이 맡을지 모르고, 거기 또 노조가 생긴다면 D노조의 곤란한 사정은 반복될 겁니다.

단일하게 연대해서 소통하고 이해관계를 쟁취하기엔 어려운 동료들이 계속 생길 것이라는 얘기죠. 그래서 이런 용역의 특수성을 감안해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교섭단위를 즉시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입니다.

용역일을 하는 이들이 일반 노동자들보다 훨씬 어려운 조건에 있고, 그런 이들의 노조 활동에 대단히 많은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관계 당국에서도 주목함을 표시한 작은 신호탄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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