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부당노동행위 '방패' 된 지자체 조례

중노위 판정에도 나 몰라라…잘못된 평가 진행 비롯 개정엔 인색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1.10 15:37:18

[프라임경제]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방패 삼아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표준화된 피해자 구제 매뉴얼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1995년 지방자치제도 시행 이래 지방에서는 조례와 규칙 등을 통해 기준을 마련하는 재량을 발휘해왔다. 무엇보다 일선 지자체가 규칙을 직접 도입하는 대신, 주민의 민의를 반영한다는 차원에서 지방의회를 통해 시·도 조례를 만드는 방식이 주목받아왔다.

그러나 지자체가 조례의 틀을 사실상 완성하는데다 지자체와 정치적 성향이 일치하는 의원들이 청부입법을 하는 방식 등이 잦아 조례 발의 취지가 지자체의 행정편의주의에 기울거나 상위법의 정신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우려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외관으로만 민주주의와 법치에 부합한다는 비판인 것이다.

특히 지자체가 노동 사건의 당사자가 되는 경우 이 같은 문제가 더 두드러지게 부각된다.

위탁 내세워 발 뺀 뒤 사실상 관리, 문제 생겨도 조례 들먹여?

지난해 7월 충북지방노동위원회는 청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근무했던 A씨가 센터에 업무를 위탁한 청주시를 상대로 낸 '부당 해고' 구제신청을 인용 결정했다. 

A씨는 청주시가 도시재생업무를 위탁한 센터 소속 직원이었는데, 센터의 위탁운영 기관이 사단법인 주민참여도시만들기연구원에서 충북대학교 산학협력단으로 변경되는 와중에 다른 직원들이 고용승계가 이뤄진 것과 달리 배제됐다. 그는 부당 해고 여부를 따지는 과정에 사실상의 사용자로 청주시를 지목했다.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와 지역 노동계는 청주시가 센터에 업무를 위탁했으나 센터장을 청주시장이 임명하는 등 시가 센터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봐 이에 따라 이 같은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A씨의 복직 여부. 지노위 결정이 나왔지만, 당장 센터 운영기준인 '청주시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 조례 시행규칙'에 따라 정원(10명 이내)을 모두 채운 상태여서 어려움이 따랐다.

같은 해 7월, 전라북도 익산시의 익산시립예술단에서는 기간제 계약직 단원 부당해고 문제가 불거졌다.

단원 B씨는 익산시가 7월 5명의 심사위원을 통해 실시한 정기실기평가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그는 '계약만료' 형식의 통보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그러나 지휘자 등이 공백인 상태에서 정기평가의 결과를 토대로 재위촉 기준에 미달한 이유를 들어 경고처분을 내려 해고한 것은 역시 부당 행위라는 지적이 나왔다.

익산시립예술단설치 조례에는 예술단 상근직의 경우, 위촉 기간을 2년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또 근무평가점수가 70점 미만이면 단원을 1회 경고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즉, 총 3회여야 해촉 대상으로 징계위원회 상정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익산시는 2016년 7월22일 평정을 실시하고 불과 5일 만에 경고처분을 받은 B씨에 대해 이의신청 기간도 없이 해고한 것이다. 당시 B씨는 1인 시위 등을 통해 해고의 부당성을 알렸다. 

이 같은 부당 행위에 이어 '공정성 시비'가 생긴 데 대해 일부에서는 이의신청 절차 문제도 있지만, 조례가 해고 관련 문제를 수박 겉핥기식으로 규정하면서 정작 이의 등의 주요 기준인 근무평가점수는 챙기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철저한 보호절차 마련, 공개행정의 원칙 등은 신경 쓰지 못했다는 것. 

당시 익산시의 공식 입장은 "근무평가점수는 원칙적으로 공개하지 않도록 돼 있어 정보공개 요청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기간제 노동자는 해촉의 가장 핵심인 평정의 기준에 대해 알 길이 없는 이상한 조례와 행정지침 등에 승복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결국 현재의 노동 관계 조례는 지자체의 입장에 기울어 막상 주민 내지 지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개인의 권리 보호에는 미흡하다. 행정청을 우위에 두고, 국민을 지배 대상으로 낮춰 보던 옛 행정법 체계를 답습하지 말자는 지방자치제 취지와 시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노위 판단에 엇박자 근거로 조례 활용 논란까지 

제주도 조례도 이 같은 조례 오·남용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도립제주예술단 조례 제2조 1항은 지휘자도 단원이라는 규정이라 이를 이용해 부당 해고 분쟁 상황에 몽니를 부리는 근거로 사용했기 때문.

C씨는 계약직으로 도립제주합창단 지휘자로 일했는데, 그 역시 지난 2015년 10월, 11월에 치러진 석연찮은 평가로 재위촉되지 못해 2016년 3월5일 임기가 만료됐다.

C씨는 평가에 참여한 한 위원을 가리켜 "음악교육을 제대로 받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인물도 있었다"고 강력하게 반발했으며, 불공정한 평가에 의한 재임용 불가 판단은 문제라며 노동위원회의 문을 두드렸다.

이 사안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 해고로 인정받았지만, 지자체가 지방노동위원회 및 중앙노동위원회 판단에 불복하면서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해당 지자체는 그를 지휘자로 복직시키는 대신 상임위원 자리에 앉혔다. 이어 11월7일자로 서울행정법원에 'C 도립 제주합창단 지휘자 해고는 부당하다'는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이 잘못됐다는 취지의 행정소송까지 제기하면서 갈등이 격화됐다.

표면적인 이유는 이미 다른 지휘자를 뽑았으므로 그를 밀어내고 C씨에게 지휘권을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또 조례상 지휘자도 단원이기에 단원을 상임위원으로 임명하는 것은 인사 재량으로 볼 수 있다는 일부 해석도 나왔다.

이에 C씨는 연구위원 자리에 재직하는 것보다는 연간 4회의 정기연주회와 2회의 기획연주회를 포함한 많은 업무 중 일부를 나눠 순차적으로 지휘하는 공동 지휘권을 행사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C씨의 요구 사항의 모두 옳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관계 당국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C씨 주장의 기본 틀을 인정했다. C씨를 지휘자로 '원직 복직'시키지 않았다며 이행 강제금을 부과하는 조치가 내려졌다.

제주도지방노동위원회는 같은 해 12월 "지난 11월11일 심판위원회를 개최해 사용자의 구제명령 이행여부를 판단한 결과,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용자가 합창단 지휘자였던 근로자를 지휘 업무는 전혀 부여하지 않고 합창단 연구위원으로만 위촉한 것은 구제명령 중 원직 복직을 불완전하게 이행한 것으로 판단한데 따른 결과다.

사례들을 보면, 모든 문제에 추가적으로 이행을 감시해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불완전한 조례를 근거 삼아 해고 등 노동 문제를 처리해왔다. 조례 내용을 내세워 복직 처리 등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사실상 구제에 난색을 표하는 패턴이 무한반복될 여지는 (전국 곳곳에서) 여전한 셈이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한 노무사는 "조례가 노동 사건을 예정하고 세세한 규정을 둘 의무를 인정하거나 노동자에게 친화적으로 구성돼야 한다고까지 요구할 수는 없지만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자체들이 협의체 등을 통해 일정한 모범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 지역별로 조례가 너무 다른 것도 문제다. 아울러 문제가 발생한 경우 직제나 인원 조례 등을 이유로 또 한 차례 피해 노동자를 탄압하는 일이 없도록 배려 방식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에 한 민사법 연구자(박사)는 "한 차례 문제가 제기돼 자기 시스템이 반노동적이라는 것을 알거나 알 수 있었던 상황에서 개정 노력을 하지 않은 지자체에 대해서는 추후에 유사 사례를 겪는 노동자가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법원도 이를 인정해줘야 할 것"이라는 전향적인 의견을 보탰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  
  •  
  •  
  •  
  •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프라임TV

+ 더보기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