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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란·K9·체어맨W 카이저…덩칫값 못한 큰형들

플래그십 모델 위압감·무게감 없어…브랜드 골칫거리 전락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17.01.10 14:56:38

[프라임경제] 자동차업계에서는 플래그십(Flagship)이라는 단어를 브랜드의 최상급 모델을 표현하는데 사용한다.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플래그십이란 해군 함정들 가운데 지휘관이 사용하는 배다. 즉, 기함(旗艦)이라는 이야기다. 때문에 자동차 브랜드들은 자신들의 얼굴이자 품격, 정체성을 대변하는 플래그십 모델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그러나 지난해 국내 완성차 브랜드 다수의 플래그십 모델들은 저조한 판매량으로 자신들을 만들어준 브랜드의 기운을 빠지게 만들었다.

브랜드의 큰 형임에도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하는 주인공들은 바로 △현대자동차 아슬란 △기아자동차 K9 △쌍용자동차 체어맨W 카이저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아슬란, K9, 체어맨W 카이저는 플래그십 모델로 지녀야할 무게감이나 위압감이 애초에 없거나 혹은 사라진 지 오래됐다"고 짚었다.

이어 "현재 국내 대형 세단 시장에서 철저하게 소외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슬란, 그랜저와 견줘 차별성 없고 정체성도 애매

먼저, 현대차가 에쿠스와 제네시스가 떠난 자리를 대체하는 동시에 고급차시장 공략을 위해 야심차게 준비했던 내수용 모델 아슬란의 경우 세상에 공개된 지 어느덧 2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골칫거리다. 

▲지난해 9월 2017년형 모델로 새롭게 단장한 현대차의 전륜구동 대형 세단 아슬란. ⓒ 현대자동차

지난해 아슬란은 2015년 대비 74% 감소한 2246대가 판매됐다. 특히 7~9월의 판매량은 100대를 밑돌면서 매달 실적이 나올 때마다 단종 및 판매중지 등의 구설수에 시달렸다.

아슬란이 부진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에 위치한 애매한 차급과 고가의 가격이 꼽힌다. 또 플랫폼을 그랜저와 공유하면서도 그랜저와 견줘 차별성도 없고 정체성이 애매하다 보니 소비자에게 그랜저와 제네시스를 섞어 놓은 모델로 인식되고 있다.

다만, 아슬란을 살리고자 파격적인 가격혜택 및 판매조건과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지난해 연식변경 모델치고는 엄청난 공을 들인 2017년형 아슬란까지 선보이는 등 현대차가 피나는 노력을 하자 작년 12월에 508대가 판매되는 '잠깐의 반등' 맛을 봤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현재 아슬란의 단종에 대해 강하게 부정하고 대책을 강구하지만 백약이 무효한 상태나 다름없다"며 "가끔씩 반등하지만 전반적으로 하위권에서만 맴돌고, 올해도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라고 암울한 전망을 했다.

◆K9, EQ900에 잠식…현대차와 판매 간섭 커

아슬란과 같은 식구 기아차 K9도 마찬가지다. K9은 지난해 2015년 대비 40.5% 감소한 2555대가 판매되는 등 아슬란과 함께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제네시스 브랜드에 온갖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키자 대형 세단으로 차급이 비슷한 K9가 부진한 모습이다. ⓒ 기아자동차

물론, 출시 초기 K9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차량의 홍보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일환 삼아 에쿠스와 함께 업무용 차량으로 이용하는 등 큰 힘을 실어준 덕에 나름 괜찮은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의 K9은 EQ900에게 잠식당했다. 현대차와의 판매 간섭이 K9을 부진의 늪으로 빠져들게 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차는 국내 세단시장에서 현대차와 라인업이 겹치기 때문에 기아차만의 차별화된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다면 현대차의 동생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현대·기아차 역시 내부적으로 제품 간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디자인 외에 뚜렷한 제품차별화를 이루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현대차가 제네시스 브랜드를 별도 론칭하고, 잇따라 모델들을 선보이면서 새로 개발한 각종 첨단기술들을 대대적으로 적용한 만큼 내세울 게 없어진 K9이 현대차그룹의 '계륵'이 됐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와 함께 동생인 K7이 기아차 대형 승용 모델 최초로 연간판매 5만대를 넘어서며 높은 판매실적을 올리는 등 폭발적인 영향력도 K9 부진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체어맨W 카이저, 2008년 2세대 모델 고수하며 상품성 노후

코란도 패밀리에 이어 티볼리 브랜드로 웃음 끊일 날이 없는 쌍용차도 체어맨W 카이저라는 아픈 손가락 때문에 마음 한편이 불편하다. 체어맨W 카이저는 지난해 2015년 대비 25.9% 감소한 957대 판매에 그쳤다. 한 달에 100대도 팔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2월 쌍용차는 체어맨W의 품격을 한층 높이는 한편 플래그십 세단의 가치를 상징하는 브랜드 네임을 새롭게 명명한 '체어맨W 카이저'를 선보였다. ⓒ 쌍용자동차

지난해 2월 체어맨W의 부진한 실적을 타개하기 위해 개명과 상품성 개선이라는 카드를 꺼내들기도 했다. 편의사양을 다양하게 업그레이드하고 내외부 디자인을 바꾼 것은 물론, 플래그십 세단의 가치를 상징하는 브랜드 네임을 새롭게 '체어맨 W 카이저'로 명명했다.

독일어로 황제를 뜻하는 카이저(Kaiser). 그러나 과거 회장님차의 대명사였던 체어맨W의 위상을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체어맨W는 2008년 이후 그동안 완전변경급의 대대적인 변화는 없었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여기 더해 "이런 상황에서 심각하게 노후된 체어맨W의 상품성을 조금 개선하고 카이저를 붙인 정도로는 소비자 지갑을 열게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한때 에쿠스와 함께 국내 럭셔리 대형 세단시장의 쌍두마차로 불려왔지만 지금 그 명성은 온데간데없고, 앞으로도 풀 체인지 신형이 나오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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