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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韓조선 17년 만에 日에 추월…'불황 대응력' 배워라

 

전혜인 기자 | jhi@newsprime.co.kr | 2017.01.09 14:37:31

[프라임경제]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잔량이 17년 만에 일본에 추월당했다. 지난해 내내 '일본과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하던 일이 결국 현실이 되고 만 것이다.

조선업 호황기 자타공인 '세계 최고'였던 한국 조선은 지난 2008년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준 데 이어 일본에 밀려 3위로 추락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수주잔량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3049만CGT로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2007만CGT로 1989만CGT를 기록한 한국을 앞선 것.

한국이 수주잔량에서 일본에 뒤진 것은 지난 1999년 이후 17년 만이다. 아울러 한국의 수주잔량 절대치가 2000만CGT 이하로 줄어든 것 역시 2003년 이후 13년 만이다. 한국 조선이 얼마나 큰 폭으로 추락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가장 큰 원인은 물론 전 세계적인 조선업 불황에 있다. 영국의 해운·조선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115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조사를 시작한 199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똑같은 조건에서 한국의 감소폭이 더 급격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년간 한국의 인도량은 1221만CGT로 제일 많았으며, 중국이 1103만CGT·일본 702만CGT로 그 뒤를 이었다. 인도량이 많으니 수주잔량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고객사와의 계약 조건이니 납기에 맞게 인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남아 있는 수주잔량 중에도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인도 기일이 얼마 남지 않은 계약이 많다. 수주절벽이 현실화된 이후 국가 차원에서 대량의 선박 발주가 이뤄진 중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한국은 지난해 자국에서 발주한 선박이 거의 없었다.

이런 최근의 현실은 20여년 전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떠올리게 한다. 세계 1위를 달리던 일본 조선업은 1970년대 전 세계를 강타한 '오일쇼크' 이후 생산능력을 줄이는 두 차례의 구조조정을 통해 생존을 꾀했고, 결과적으로 조선업계에 호황이 찾아온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 조선업은 일본을 크게 앞지르기 시작했다.

당시 일본의 구조조정은 '실패한 구조조정'이라는 혹평을 들으며 많은 비판에 시달렸다. 인력을 무차별적으로 감축해 설계 등 고급인력 양성과정이 파괴됐고, 수많은 기술자들이 한국 등 해외로 유출됐다. 규격화된 벌크선 위주로만 수주가 가능해 컨테이너선이나 해양플랜트 등 고도화된 설비를 생산해낼 수 없어 수익성이 크게 줄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건조가 쉽고 저부가가치선인 벌크선 위주로 수주를 딴 일본은 지금처럼 시황이 나쁠 때에도 꾸준히 발주가 이뤄진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일본 조선업체들이 합병·기술제휴 등으로 사업고도화를 꾀하면서 한국에서 구조조정된 고급 인력들을 수용하는 등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물론 일본의 구조조정 방안을 똑같이 따라갈 수는 없다. 이미 그 때와는 시기도 조건도 너무 달라졌다. 다만 일본이 지난 1970년대 정부가 주도한 구조조정부터 길게 잡아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선제적' 구조조정을 통해 미래의 불황을 대비하는 것에 비해 한국의 구조조정은 지금 바로 현재진행형인 문제인데도 여전히 그 책임처가 모호한 상태다.

일본은 지난해 불황 극복을 위해 자국 정부와 해운사들로부터 대량의 선박 발주를 통해 올해까지 건조량을 확보하고 있는 상태다. 우리나라 정부 역시 미리 준비해뒀던 공공선박의 발주를 앞당겨 진행할 계획이라고 하지만 수주량이 떨어질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현재 시점에서 이미 늦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올 6월 이후 일감이 바닥나게 돼 폐쇄 수순을 밟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업계는 우리나라 조선소들의 기술력만큼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고 있다. 실제로 해양플랜트·친환경 선박 등 고도화된 기술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한국 조선소들이 서로 경쟁하는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요즘과 같은 불황에 위기를 극복하는 능력이 없다면 높은 기술력은 아무 데도 쓸 곳이 없다는 사실을 정부와 업계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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