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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죽어서야 찾은 자유 "굿바이, 틸리쿰"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17.01.09 13:46:28

[프라임경제] "틸리쿰은 길고 어려운 싸움을 했다. 그리고 결국 자유를 얻었다." - 데이비드 커비

미국 올란도에 위치한 씨월드를 찾은 사람들이 속속 대형 공연장으로 이동합니다. 이들의 표정에는 기대감과 가벼운 흥분이 섞여있는데요. 

드디어 시작된 범고래 쇼. 씨월드 측은 범고래 공연에 앞서 최고의 범고래 쇼를 볼 수 있는 곳은 미국이 유일하다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립니다. 

신나는 음악과 함께 범고래 4마리가 시야에 들어옵니다. 이들은 거대한 몸집에도 높은 점프와 관객에게 엄청난 양의 물을 뿌리며 씨월드를 찾은 관객을 맞이합니다.

▲미국 올랜도에 위치한 씨월드에서 공연 중인 범고래들. = 추민선 기자


장난스런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범고래는 조련사의 신호에 맞춰 다양한 퍼포먼스를 펼치는데요. 하지만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씨월드에 살고 있던 '틸리쿰'은 인명 사고 3건과 연루되기도 했습니다. 

틸리쿰은 지난 1983년 아이슬란드 동부 해안에서 포획됐는데요. 포획 당시 나이는 3살이었습니다. 이후 캐나다 씨랜드로 이송돼 감금생활이 시작됩니다. 드넓은 바다를 헤엄치던 틸리쿰은 어둡고 비좁은 수족관에 감금됐고,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틸리쿰은 결국 인명사고를 내고 말았습니다. 1991년 파트타임 조련사로 일하던 수영선수 캘티 번이 발을 헛디뎌 범고래 수족관에 빠졌는데요. 그가 물 밖으로 나오려는 순간 틸리쿰은 그를 물속으로 끌고 들어갔죠. 번은 그렇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사고 후 틸리쿰은 1992년 세계 최대 돌고래 전시공연 업체인 미국 '씨월드'로 팔려갔죠. 하지만 틸리쿰의 생활은 바뀐 게 없었습니다. 그러다 1999년 비극적 사건이 또 발생하게 됩니다. 

당시 검시 보고서엔 틸리쿰 등에 타고 있던 대니얼 듀크스가 틸리쿰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기록돼 있죠.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2010년. 틸리쿰은 함께 공연 중이던 조련사 돈 브랜쇼를 물속으로 끌고 들어갔습니다. 

틸리쿰은 공연 중 브랜쇼를 입에 문 채 풀장을 돌아다녔죠. 브랜쇼는 머리 가죽이 벗겨지고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심각한 부상을 입고 사망했습니다. 이후 씨월드는 조련사가 범고래 등에 타는 퍼포먼스를 없애고 신호만으로 공연을 이어가고 있죠. 

씨월드는 3번의 인명사고를 낸 틸리쿰이 지난 6일(현지시간) 숨졌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외신들은 드디어 그가 자유를 찾았다고 일제히 보도했는데요. 

동물보호단체들은 틸리쿰이 3번의 인명사고를 낸 이유에 대해 가족과 격리된 감금 생활을 지적하고 나섰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범고래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가족을 버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무차별적으로 포획된 범고래들은 가족과의 이별, 비좁은 수족관의 감금생활로 포악해졌다는 것이죠. 

특히 틸리쿰은 그가 감당하기 힘든 슬픔과 현실을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표시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고된 훈련을 감당해야 하고, 자유를 박탈당한 그가 우리에게 보낼 수 있었던 가장 확실하고 극단적인 메시지였던 것이죠. 

하지만 3번의 인명사건 이후에도 그는 자유를 찾지 못하고 씨월드에 남게 됩니다. 범고래 번식프로그램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죠. 틸리쿰은 인공수정의 정자공급용 범고래로 살았습니다.

인간의 삶에 대입하면 너무나도 비참한 인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시공연이 가진 비윤리성으로 인해 수많은 동물이 희생당하고 있는 현실이죠. 

씨월드가 자랑하는 범고래 공연을 보는 내내 끊임없이 물과 부딪히던 범고래들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는데요. 

다행히 범고래를 비롯해 돌고래 전시공연은 서서히 쇠퇴하는 추세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돌이를 비롯해 돌고래 5마리를 바다로 돌려보낸 바 있습니다. 

모든 생태계의 최상위 위치를 차지한다고 믿는 인간은 동물과의 공존보다는 지배를 당연시하며 즐거움과 이익을 위해 이용해왔습니다. 인간에게 주인이 존재하지 않듯 동물 역시 이들을 지배하는 주인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강구할 때 인간 역시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틸리쿰이 남겼던 메시지를 통해 다시 한 번 되새겨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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