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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훈식의 콘텐츠렌즈] 경주 지진과 최순실 사태, 그리고 영화 '판도라'

 

전훈식 기자 | chs@newsprime.co.kr | 2017.01.06 15:43:18

[프라임경제] 영화나 드라마·소설, 그리고 스포츠 등 여러 문화 콘텐츠는 직·간접적으로 현실 사회를 반영한다. 영화 '베테랑'이나 '내부자들'이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예로 들 수 있다. 여기에 콘텐츠 배경이나 제목, 주제가 어떤 상황과 이어지기도 한다. 또 이를 바탕으로 한 현상도 바라볼 수 있다. '콘텐츠 렌즈'에선 이처럼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되는 콘텐츠의 직·간접적인 시선을 공유해 본다.

경북 경주에서 6일 오전 여진이 2분 간격으로 두 차례 발생했다. 오전 5시31분경 경주시 남남서쪽 11km 지역에서 규모 3.3의 지진이 발생한 후 33분경 이 부근에서 또다시 규모 2.2의 지진이 일어났다.

기상청은 지난해 9월 발생한 규모 5.8 지진의 여진이라며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빠른 시간 내 반복된 지진에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으며 전문가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영화 '판도라' 스틸이미지. ⓒ 네이버 캡처

경주지역에서 계속된 지진 탓인지 지난해 12월 개봉한 영화 '판도라'가 국민 공감을 얻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판도라'는 원자로발전소가 지어진 한반도 동남부에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은 한별원전 1호기 폭발사고로 방사능이 대량 유출되는 상황을 그려낸 초대형 재난영화다.

아버지와 형을 원전에서 잃은 주인공 재혁(김남길)은 위험이 도사리는 원전에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항시 그곳을 떠나 새로운 삶을 살고픈 드림을 갖고 있다. 하지만 오랜 세월 익숙해진 가족과 주변인들은 이런 재혁의 주장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서 무시하기 일쑤다.

또 다른 등장인물 대통령(김명민)은 정의감 넘치고 사고가 깊지만, 사고를 은폐하려는 '실세' 총리 위세에 눌려 제대로 된 결정 하나 내리지 못한 무능력자로 표현됐다. 한편, 원전 내 낡고 오래된 시설 및 완전치 못한 설비를 가동시키는 상황에 불안감을 갖고 있던 소장(정진영)은 위험에 대한 걱정과 정부 처우에 불만을 갖게 된다.

그러던 중 갑작스런 규모 6.1의 지진이 일어나고, 그 충격으로 원전 내 냉각기 유출이 시작되면서 방사능 구름이 바람을 타고 퍼져 나가는 상황에 놓인다. 정부는 이를 은폐하기에 급급하고, 국가 전체가 혼란에 빠진다.

영화는 최근 반복되는 '경주 지진'은 물론, 불과 몇 달 전부터 불거진 '최순실 사태'를 연상시킨다. 극중 재해 주범은 원자로이지만, 정작 이를 둘러싼 무관심과 안일함, 그리고 부정부패를 꼬집고 있는 것이다.

실제 각본과 연출을 맡은 박정우 감독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원래는 대통령 위에 군림하는 이가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는데, 투자사 요청에 총리로 바꿨다"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진 발생 전부터 원자로의 불안전 상황에 대한 목소리는 각종 이해관계로 인해 묻혀버렸고, '원자로 폭발'이라는 혼란스런 시국임에도 담당자는 물론, 정부 컨트롤타워마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는 '최순실 사태' 관련자들과 수백억 상당의 '대가성' 거래를 치른 기업인들이 상황을 모면하고자 모션만 취할 뿐, 누구도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극중 악역과도 닮아있다. 대통령 역시 극 중반까지 현실도피에 급급한 모습으로 표현된다.

결국 '원자로 폭발' 상황은 책임 담당자가 아닌, 일반 원자로 근무자들에 의해 마무리된다. 특히 그곳을 그렇게도 떠나고 싶었던 주인공 재혁은 떠나지 못한 것이 족쇄가 돼 누구도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스스로의 희생을 강요한다.

"사고는 지네들이 쳐놓고, 수습은 국민들보고 하라고?"

이는 사고 수습을 위해 국민들 앞에서 담화문을 발표하는 대통령을 보며 재혁이 던지는 대사지만, 어지러운 현재 상황을 떠올리게 하며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영화에서처럼 '최순실'이라는 판도라 상자가 열린 상황에서 향후 얼마나 많은 문제가 밝혀질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판도라 상자를 덮는 일이 발생해선 안 된다. 영화 마지막 멘트처럼 아직 그 안엔 '희망'이라는 단어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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