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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풍어제와 레이더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1.02 11:57:53

[프라임경제] 원래 미신이 많은 바닷가지만, 특히나 신년을 맞아 용왕에게 만선을 기원하는 풍어제를 지내거나 깃발을 꽂는 지역들이 지금도 있습니다. 첨단 레이더와 통신 장비 곁에 색색의 깃발이 나부끼는 이질적인 조합인데요. 

어선에도 어군 탐지기를 달아 감이나 전승돼 온 어장 위치에만 의존하지 않고 물고기를 찾고, 레이더를 달거나 적어도 안전 V-PASS(위기 상황에서 활용하는 위치표시장치)로 안전을 도모하는 시대인데 여전히 주술적인 상징을 버리지 못하니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겠습니다.

▲= 임혜현 기자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무명 깃발도 아니고 첨단 문물인 비닐천으로 풍어를 기원하는 깃발을 만들어 놓았다는 점입니다. 거센 해풍에도 찢기거나 빛이 빨리 바래 자주 교체해야 하는 일이 줄어들 테니 효율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애초 이렇게 아예 어울리지 않는 정도를 넘어서서 이상한 방향으로 짝이 이뤄지는 일이 외부인의 눈에는 낯설게 느껴집니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놓고 논란의 중심에 섰는데요. 본인의 완강한 부인에도 특별검사팀은 "작성에 관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며 국회에 그를 위증 혐의로 고발해 달라고까지 요청했습니다.

급기야 신년 들어서는 조 장관이 청와대 정무수석 재임 당시 이 블랙리스트 작성·전달에 관여했고, 문화 이슈의 주무부처인 문체부 장관으로 부임하자 이를 파기하도록 지시했다는 추가 논란으로까지 의혹이 보강되고 있지요.

애초 문화는 그 속성상 관리와 통제가 어려운 것인데, 그럼에도 이를 억압하기 위한 시도 역시 적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으로 청나라가 널리 고금의 지식과 책을 모아놓은 '사고전서'가 있겠는데요. 이 전집은 10만권을 헤아리는 대단히 방대하고 내용이 뛰어난 전집이지만, 서양에서 '백과사전 학파'가 모여 민중을 계몽한 것과 달리, 사상통제용으로 모은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덕무가 청나라 조정의 '사고전서' 편찬에 대해 "청나라 조정에 거세게 저항했던 명나라 유신들이 남긴 서적의 문자 속에 (여진족을) 우롱하는 내용을 남기지 않았는지 염려하여…천하의 서적을 널리 찾아 모두 모아들이고…그런 다음 불살라버릴 것과 내용을 지울 것을 법령으로 밝혀 드디어 드러냈으니 그 계책이 교묘하다"고 비판한 바 있는데요.

결국 청와대 등의 정보력과 실제로 규제 행정을 할 수 있는 주무부처의 힘을 동원해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적용하는 일은 문화 창달과 육성과는 동떨어진 일이지만, 막상 비닐로 풍어 깃발을 만들어 레이더 옆에 달듯, 그렇게 하고 싶은 유혹을 물리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음 정부에서는 이번 블랙리스트 논란의 교훈을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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