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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형의 M&M]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Epic'

 

이윤형 기자 | lyh@newsprime.co.kr | 2016.12.29 10:30:11

[프라임경제] 영웅과 사랑, 서민의 노래(귀족 풍자), 예술과 대중의 조화…. 11세기부터 이어진 프랑스 대중음악 '샹송'의 변천사입니다. 이처럼 음악은 시대상을 반영하거나 때로는 표현의 자유와 사회 비판적 목소리를 투영하기 위한 도구로도 쓰입니다. 'M&M(뮤직 앤 맥거핀)'에서는 음악 안에 숨은 메타포(metaphor)와 그 속에 녹은 최근 경제 및 사회 이슈를 읊조립니다.

진실의 취미는 숨기이며, 특기는 결정적인 순간 나타나기다. 불편한 진실을 숨겼다 해서 마음 놓을 수 없고, 억울한 진실을 밝히지 못했다 해서 좌절 속에 살아갈 필요가 없는 이유다. 아무리 깊이 묻힌 진실도 수건 한 장 덮어놓은 귤 조각 같아질 때가 언젠가 온다. - 김은주 '1cm+' 중.

명백한 정황이 드러났다면, 사실을 아무리 부인해도 진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것이 불법행위였다면 그 죄는 진실과 함께 사라지지 않죠. 앞서 빌려온 글귀는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라는 명제를 눈이 보기 좋게 적어놓은 듯합니다.

우리는 억울하고 파렴치한 진실은 만천하에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그 숨겨진 사실을 알건 모르건 말이죠. 진실은 언젠가 떠오르겠지만, 명백히 밝혀지지 않는다면 답답함은 수많은 질문자들의 몫일 것입니다.

여섯 번째 「M&M」에서 들려드릴 곡은 팬들이 뉴 메탈(Nu metal)이나 랩 코어(Rap core)밴드로 부르길 원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외면하는 미국 얼터너티브 메탈 록 밴드 페이스 노 모어(Faith No More)의 '에픽(Epic)'입니다.

장르의 조합은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내곤 합니다. 힙합 메탈(록+힙합), 심포닉 메탈(록+오페라)은 물론 이번 「M&M」의 주인공 페이스 노 모어가 탄생시킨 뉴 메탈(힙합+그런지+펑크+전자음악+랩)도 새로운 장르라고 할 수 있죠.

1979년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결성된 페이스 노 모어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잘 혼합하기로 유명한데요. 이들은 헤비메탈, 펑크, 힙합, 프로그래시브 록의 퓨전 스타일을 추구하는 컬트적 성향의 그룹입니다. 

이 밴드의 퓨전 성향은 장르뿐 아니라 멤버 교체에서도 나타납니다. 보컬 교체로 밴드의 전환점을 맞이한 것인데요. 데뷔앨범 'We Care A Lot(1985년)'을 함께한 보컬 술고래 척 모슬리(Chuck Mosley)는 2년 뒤 2집 'Introduce Yourself(1987년)'을 끝으로 밴드에서 방출됩니다. 

▲미국 얼터너티브 메탈 록 밴드 페이스 노 모어의 보컬 마이크 패튼(Mike Patton). ⓒ 구글이미지 캡쳐


이듬해인 1988년 현재 랩 메탈(Rap Metal)계 최고의 보컬로 평가되는 마이크 패튼(Mike Patton)이 밴드로 영입되는데요. 새 보컬로 무장한 페이스 노 모어는 세 번째 앨범 'Real Thing(1989년)'에 수록된 에픽(Epic)을 통해 랩 메탈의 크로스오버 성향을 폭발시키면서 수많은 팬들을 얻게 되죠.

보컬 교체 이후 한층 업그레이드된 랩 메탈 파워 외에도 달라진 점이 있는데요. 록과 랩의 조화만큼 모호하고 난해한 가사입니다. 

그건 아주 시원하고 세련되고 괜찮아. 그건 너무 판에 박혔어, 눈에 들어오지 않지. (중략) 너는 그것을 원하지만 절대 가질 수 없어. 그것은 울어대고 피 흘리며, 바닥 위에 널브러져 있어. 그러니 너도 누워봐 좀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거야. (중략) 그건 너의 코앞에 있지만 절대 잡을 수 없어. 그건 살아있고 두려움이며 거짓말, 죄야. (후략)

에픽은 노래 시작부터 끝까지 '그것'에 대해 열거하는데요. 그것이 뭔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죠. 그것에 대한 해석은 '성공'부터 '자위'까지 다양하지만 심지어 팬들의 요청에도 이 노래를 작사한 마이크 패튼은 그것이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노래 후반부에 What is it?(그게 뭔데?) It's it(바로 이거야)라는 구절이 반복된다는 거죠. 마치 모두가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이들은 끝내 그것이 뭔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결국 지금도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베일에 싸여있고요. 

에픽의 '그것'처럼 추측만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모두가 사실을 알면서도 대답을 들을 수 없는 '그것' 또한 존재합니다.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국정조사특위가 지난 26일 구치소 방문을 끝으로 마무리됐는데요. 핵심증인들의 불출석과 모르쇠 답변 탓에 실체적 진실규명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습니다.

국정농단 정황은 조력자, 피해자, 내부고발자 등을 통해 이미 실마리는 제공됐습니다. '모두 박근혜 대통령 지시였다'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진술에 이어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대통령 연설자료'가 최순실에게 전달된 사실을 인정하면서 '최씨가 의견을 말하면 밑줄을 치면서 수정했다'고 털어놨죠.

이 밖에 비선 진료, 미용 시술자들이 보안손님으로 대통령 관저에 드나든 사실과 최순실이 증거 은폐를 지시한 녹취록까지도 공개됐습니다. 

▲김기춘, 최순실, 우병우는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각종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 프라임경제


하지만 핵심인물인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최순실 게이트'를 비롯해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전부 '모르쇠' 답변으로 일관했습니다. 최순실도 김기춘, 우병우, 안종범 그리고 우병우 장모 김장자씨까지 전혀 모른다고 얘기했죠.

이들은 혐의 사실에 대해 '아니다' 정도의 부인을 넘어 아예 '모른다'로 한결같은 자세를 지키고 있는데요. 알아도 이름 정도만을 들었다는 식의 잘 짜여진 모르쇠 각본대로 입을 맞출 뿐이라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을 겁니다. 

현재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대규모 압수수색과 관련자 진술 등으로 확보한 증거자료를 근거 삼아 관련 인물들을 소환해 혐의 입증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우고 광폭 행보에 나섰습니다. 

그동안 불거졌던 국정농단 의혹들을 동시다발로 압박하고 있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가 모이는 대목이죠. 이렇게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은 언젠간 밝혀질 겁니다. 말하지 않아도요.

Epic - Faith No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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