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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152] 공간서 찾는 스토리 '스플'

 

백유진 기자 | byj@newsprime.co.kr | 2016.12.28 17:20:16

[프라임경제] 장황한 설명 없이도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하나로 모으는 것, 바로 예술이 가진 힘이다. 순수공간예술 분야인 설치미술을 통해 이를 실현하고 사회와 소통하고자 하는 사회적기업이 있다.

'스플'은 설치미술 작가들이 모여 시작한 사회적기업으로 지난 2011년 고용노동부에서 진행하는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에 선정돼 시장에 첫발을 디뎠다. 스플이란 '스페이스 플러스'의 약자로 공간에 무언가를 더한다, 즉 '설치 미술로 공간을 디자인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쓰레기서 가치 찾아라" 업사이클로 마을 바꾸기

심소라 스플 대표는 "스플은 버려진 물건에서 새로운 쓰임과 의미를 찾아내는 일에 관심이 많은 예술가들의 집합소"라고 말한다. 스플은 지난해부터 '업사이클을 통한 마을의 도시재생 통합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폐 컴퓨터 업사이클 방식으로 만든 조형물. ⓒ 스플

업사이클이란 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Recycle)의 합성어로 일반적인 재활용이 아니라 보다 의미 있으면서 특유의 멋을 담아낸 것이다.

심 대표는 "이 프로그램은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혁신형 사업으로 선정돼 올 한 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게 됐다"며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한천마을 사랑방 주민들과 함께 한 '소소한 발견 프로그램'이 있다"고 소개했다.

도시재생 지역인 한천마을은 골목 생활 쓰레기로 인한 주민들의 불화가 심한 곳이었다. 여기서 스플은 '쓰레기를 어떻게 빨리 버리고 치울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쓰레기가 쓰레기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자'는 식의 발상 전환을 시도했다.

심 대표는 "쓰레기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은 업사이클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는 판단 아래 여러 체험활동을 통해 조심스럽게 접근, 개인에서 이웃으로 활동을 점차 확장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업사이클의 의미조차 모르고 반신반의하던 주민들이 나중에는 직접 골목에서 신문지나 쓰레기 등을 가져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스플은 올해 도시재생 지역인 한천마을 사랑방 주민들과 '업사이클을 통한 마을의 도시재생 통합 서비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 스플

스플은 골목에 버려진 신문지로 컵받침을 만들거나 폐목재로 에코화분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점차 거부감을 줄여나갔다. 쓰레기 문제에 예민한 주민들에게 처음부터 업사이클의 의미를 설명하기보다는 체험을 통해 업사이클의 의미를 깨닫도록 만든 것.

더불어 스플은 사회적 가치를 위한 사업이 아닌 행사 공간연출 등의 비즈니스 부분에도 업사이클을 확장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성북구청에서 시행한 '사회적경제한마당' 행사의 공간 기획과 연출을 맡아 폐 현수막이나 폐 천조각을 활용해 홍보 갈런드(Garland)와 사인물을 만들기도 했다.

◆청년예술가 파트너이자 기업과의 중재자로

스플은 청년예술가들이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전시 지원과 같은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청년예술가들의 지속가능한 파트너가 되고자 조력자 역할을 한다.

본인의 창작 활동에 매진하고자 하는 20~30대 젊은 예술가들은 안정적인 직장에 매달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자신의 예술적 감각을 활용한 경제활동이다.

스플은 예술가들로 구성된 만큼 이 같은 청년예술가들의 마음을 헤아려 경제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노력한다. 물론 시행착오도 겪었다. 작품과 관련해 고집이 센 예술가들과 계획된 대로의 성과를 원하는 기업 간의 불화도 있었다.

심 대표는 "우리가 만나온 청년예술가들은 창작 활동을 하고 싶어 하지만 이를 비즈니스화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어 기업과 쉽게 마찰을 빚고 포기해버리곤 했다"고 떠올렸다.

여기 더해 "이러한 모습을 보니 예술가들을 보호하고 이들이 필요할 때 기회를 줄 수 있는 하나의 울타리가 필요해 보였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반면 예술분야와의 협업이 많은 기업들도 '말이 안 통한다'는 이유로 답답해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예술가와 기업 사이에서 이들의 언어를 걸러줄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스플은 기업과 예술가와의 중간 다리 역할을 수행한다. 예술가와 기업의 서로 다른 언어를 중간에서 조율함으로써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것.

기업은 아티스트들과의 신경전 없이 일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을 덜고, 예술가는 대변해줄 이가 있으니 작품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다음은 심소라 대표와의 일문일답.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설치미술 작가로 15년 활동하다가 학교에 출강했는데 현실적으로 설치미술을 하고 싶어 하는 후배들이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없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설치미술은 독립적인 작품으로 거래되기 어려운, 하나의 이벤트로 여겨지기 때문에 설치미술이 주업인 작가는 드물다. 당시 후배 4명과 작업실에서 함께 작업 활동을 하면서 이를 더 발전시켜 후배들에게 길을 만들어주자는 생각에서 사회적기업을 시작하게 됐다.

-예술가에서 사업가로 전환하는 데 시행착오는 없었나.
▲당시 구성원이 모두 예술가들이다보니 경영이나 비즈니스와는 거리가 멀고 숫자에 약했다, 처음에는 예술가로 해왔던 일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너무 달랐다. 초창기에는 사회적기업으로 형태는 바뀌었지만 아티스트적인 마인드를 버리지 못해 '역시 세상은 예술을 몰라'라고 생각했다. 1~2년쯤 지나서야 기업들의 원칙과 체계를 깨닫기 시작했던 것 같다.

▲지난 19일 진행한 '2016 스플 가족 네트워크 데이'. ⓒ 스플

-5년간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면서 손꼽을 성과가 있다면.
▲지난 19일 회사 직원들과 가족들을 모아놓고 '제1회 스플 가족 네트워크 데이'를 진행했다. 가족들이 자랑스러워하는 회사를 다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마음가짐부터가 다르다. 올해 매출이 200% 정도 올라 이 행사를 통해 직원들의 부모님께 자랑스럽게 회사를 소개하는, 우리에게는 매우 뜻깊은 자리였다. 프로젝트도 중요하지만 직원과 그 가족들까지 책임질 수 있는 회사를 꿈꾸게 된 것이 스플의 손꼽을 만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설치미술 분야에서 B2C를 목표로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회사 슬로건 중 하나가 'A가 아닌 THE로 승부한다'다. 우리는 일반적인 공공 디자인 기업과는 지향점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고객에게 '불특정 다수가 감동할 수 있는 디자인은 없다'라고 늘 강조한다. 특정 소수가 감동하면 그 감동이 파장으로 연장되는 것이기 때문에 특정인을 대상화시켜서 감동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디자인 의뢰를 받으면 반드시 그 장소에 찾아가 그곳만의 특징을 찾고 스토리를 뽑아낸다.

-업사이클 작업에 집중하고 있는데, 제약은 없나.
▲우리나라는 업사이클에 대한 아주 큰 한계가 있는데 이는 비즈니스쪽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업사이클 제품을 좋다고 생각하는 기업들도 의뢰한 작품을 업사이클로 작업한다고 하면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업사이클 작업은 일반 작업에 비해 과정이 복합하고 번거로워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새것'에 대한 욕구를 가져 업사이클이 금전적으로 환전됐을 때의 가치를 설명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다.

▲심소라 스플 대표. ⓒ 프라임경제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내년 사업 계획이 있다면.
▲올해는 업사이클과 관련된 맛보기 사업이었다면 내년은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전개했던 사업을 공익활동으로 모델화해서 내년에는 비즈니스 체계로 만들어보려 한다. 다만 업사이클 자체가 기업으로는 부담스러울 수 있어 이를 소화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게 우리의 내년도 과제다. 더 나아가 내년에는 올해 200% 매출 성장에 힘입어 해외시장으로도 눈을 돌리기 위해 방법을 모색 중이다.

-목표가 있다면.
▲목표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우리사회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우리가 거기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계속 실험하고 탐색하는 일이다. 두 번째는 한 회사의 대표로서의 개인적 목표인데, 직원들의 육아를 회사에서 부담하는 일이다. 회사가 직원들과 그 가족에게 기본적인 사회 안전망 역할은 해줘야 한다. 좋은 일을 하기 때문에 가족들까지 희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도 든든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기업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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