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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정리 거자필반] 평소엔 모범사원 아주 가끔 만취출근, 이를 어째?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6.12.26 10:52:50

[프라임경제] 사람은 모이면 언제고 헤어지게 마련이고(會者定離) 헤어진 사람은 또다시 만나게 마련입니다(去者必反). 하지만 반갑게 만나서 헤어지지 못하는 관계도 있습니다. 바로 근로고용관계인데요. 회사가 정리(會社整理)해고를 잘못한 경우 노동자가 꿋꿋하게 돌아온 거자필반 사례를 모았습니다.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징계나 부당노동행위를 극복한 사례도 함께 다룹니다. 관련 문제의 본질적 해결은 무엇인지도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사용자 주장: 안녕하세요? 저희 A정공은 대기업인 B조선해양의 하도급업체로 선박용 엔진 수리와 그 부품 생산을 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전기를 만지는 업종이고 복잡하고 비싼 물건을 다루다 보니 안전에 극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고, 대기업에서도 직접 안전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지요.

물론 직장 생활의 낙이 퇴근 후에 술잔 기울이며 상사 험담도 하고 부서 단합도 하고 그러는 데 있다는 걸 회사에서도 모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몇 년 전인가 관리직 간부 C씨가 과음으로 문제를 일으켜 직위해제를 당한 이후에 크게 음주 문제에 지나친 간섭을 하진 않았죠. 직원들도 관리직을 일벌백계하니 적당히 조심해서 마시고 다음 날 근무에 지장을 주거나 하진 않도록 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런데 작업반 D 주임은 남달랐습니다. 저희 회사 내에서도 단연 독보적인 존재인데요. D 주임은 낮에는 모범 사원인데, 퇴근 후에 종종 과음으로 다음 날까지도 숙취로 고생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한번은 불경기로 신경이 날카로워진 B조선해양에서 자체 안전지침을 하달하고는 안전과 정밀한 가공에 문제가 있으니 이대로 지켜달라고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이에 어긋나는 사람은 공장 내에 출입을 시키지 말아달라고까지 했고요. 너무 분위기가 심각해서 인사노무팀에서 직원들에게 공지도 했을 정도였다니까요. 음주측정기를 사다 놓을 테니, 심각하게 숙취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은 알아서 하라고 엄포를 놓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D 주임이 문제를 일으킨 겁니다. 아예 곤드레만드레가 되어 출근을 해서는 일을 못할 지경이었던 거지요. 같이 마셨다는 사람 2명은 아예 나오지도 못했고요. 이건 아니다 싶어 음주측정기를 들이대며 한 번 불러보라고 했더니, 세상에 0.08%이 나왔습니다.

이 혈중알콜농도 치수로 운전 중에 교통경찰관에게 잡혔으면 바로 '운전면허 정지 수준'입니다.

노무과장이 하도 어이가 없어서 '경위서'를 쓰도록 하고 바로 귀가 조치를 시켰지요. 하지만 이후에도 비슷한 일이 몇 번 반복됐습니다.

석 달에 한 번은 이렇게 반복되니, 경위서도 3개월에 한 차례씩 결국 이 같은 내용이 3번이나 누적됐습니다.

D 주임이 평소엔 일도 남달리 잘하고 부서원들 잘 챙기고, 불만 있을 만한 젊은 직원들도 잘 다독이면서 끌고 나가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동력과 주요 방법이 술이라는 건데요.

결국 앞으로 B조선해양에서 하도급업체 심사를 할 때 안전 문제로 점수를 깎을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직원들 챙기는 것도 좋지만 한편으로는 물을 흐린다는 의견도 일부에서 제기됐습니다.

또 그간 4차례 다른 사유로 경위서를 쓴 것도 문제가 되었습니다. 결국 회사에선 누차 기회를 준 끝에 징계를 해 해고한 것인데, 이게 잘못된 일인가요?

근로자 주장: 안녕하세요? D 주임입니다. 제가 술을 좋아하고, 또 가끔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석 달에 한 번 정도인데, 이걸 저만 노리듯 해서 징계 사유로 거론하는 건 심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렇다고 근무 시간 중에 음주를 하는 것도 아니구요. 저번에 문제를 일으켜 직위해제를 한 경우가 있다며 저도 비슷한 경우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인데 그거는 말이 안되는 얘기라고요.

그 관리직 간부는 점심 시간에 거래처에 가서 점심 대접을 받고는 반주를 과음으로 마신 경우였고, 더욱이 그때는 자리를 일시적으로 잃은 직위해제였는데, 저처럼 해고 케이스는 다르지 않겠습니까?    

사실 안전 사유를 B 대기업에서 자꾸 문제삼는 건 알겠습니다. 그 이유로 조회 시간에도 주의를 주고, 또 연말에 음주 관련 교육도 하지요.

하지만 경위서가 누적됐다고 바로 경고가 누적된 거라고 보통은 생각들 안 하지 않나요? 특히나 저희 회사 같은 경우엔 경위서와 사유서를 쓰도록 하는 기준이 너무 중구난방이라 운이 없으면 사유서, 운 나쁘거나 윗사람에게 잘못 보이면 경위서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니까요.

사실 '모터 결선을 일으킨 작업 근태 불량자'는 사유서, '남문 앞 내리막길에서 위험하게 자전거를 탔다'는 이유로는 경위서 이럴 정도이니, 기준이 모호하지 않습니까?

또 징계위원회 자체를 7일 전 안내도 하지 않고 이틀 후 소집이라고 했는데, 이쯤 되면 저를 해고하기 위해 음모를 짠 것 아닌가요?

-중앙2016부해918 사례를 참조해 변형·재구성한 사례

비정한 직장 생활에서 가끔 술을 마시고 직원 간에 우의를 돈독히 하는 건 나쁜 일이 아닌데요, 다만 그 정도가 지나쳐 회사 측과 갈등을 빚은 경우입니다.

아울러 이 경우는 대기업의 관리 기준에 맞춰 움직여야 하는 하도급 측의 인사노무관리 규정이나 취업규칙 등이 근로자 측에 불리하고 기준이 모호해 문제가 사실 적지 않은 관행을 잘 반영하고 있어 주목되는데요.

근로자가 감급(감봉) 이상의 징계를 당할 사유를 정하고 있는 취업규칙에 해당하는 경우, 이 징계사유가 사회통념상 근로계약을 존속시킬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것인지 여부를 가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결과에 따라 사용자 측에서 근로자를 징계해고한 것이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태도(대법원 1994.1.11. 선고 93다49192 판결)이기도 합니다.

이 사안에서는 근로규칙의 경위서(일반적으로 시말서로도 부릅니다)와 사유서 등 관리 기준이 겉으로는 잘 갖춰진 회사이지만, 대기업의 하도급을 계속 얻기 위해 지나치게 깐깐한 기준으로 직원들을 죄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그 기준에 있어서 일관성 없이 경위서와 사유서 지시와 경고를 남발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중앙노동위원회에서는 판단했습니다.

9개월간 3회 음주 문제로 D 주임이 경위서를 제출한 것은 맞고, 또 개선의 의지도 없다는 것으로 문제가 됐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문서를 통한 경위서 제출만 반복됐을 뿐 실제로 사용자 측이 근로자에게 '견책'에 해당하는 통보를 한 적이 없다고 볼 것이어서 제대로 경고가 누적된 게 아니라고 봐야 합니다.

더욱이 경위서와 사유서 자체가 기준이 모호하고, 또 경위서를 쓰도록 하달하는 것도 사용자 측에서 일관된 기준을 갖고 하는 게 아니라 임의로 받은 게 또 다른 문제로 지적돼 이 자체만으로는 징계를 누적해 집행했다고 보는 게 더더욱 무리라는 것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팍팍하다는 근로 환경과 경쟁에서 살아가는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음주를 즐기는 경우가 많고 또 이에 사회 분위기가 관대한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이것이 지나쳐 문제를 일으킬 경우, 불이익을 주겠다는 사용자가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죠. 앞으로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정교하고 구성원 모두가 공감대를 형성할 정도로 마련돼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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