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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분석] 건빵에서 레미콘, 융합 아이콘으로 '유진'

유진그룹의 어제와 오늘① 특혜 하나 없이 건설과 유통, 물류부터 금융까지 종횡무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6.12.23 10:19:37

[프라임경제] 이달 초 중견 규모의 유진투자증권이 후강퉁 서비스(상하이증권거래소와 홍콩증권거래소의 교차거래를 활용해 중국에 투자하는 것)를 시작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증권가 이외의 영역에서도 관심이 증폭됐다. 후강퉁 단행의 파트너인 중국 광대증권 역시 유진그룹 못지 않게 저돌적인 투자 패턴의 소유자이기 때문. 광대증권은 2015년 초 '글로벌 금융 노하우' 확보를 위해 1969년 이후 홍콩 증권계를 주름잡아온 명문회사 순훙카이금융을 선뜻 사들인 바 있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과단성있는 투자를 주저하지 않는 두 회사의 만남이 '닮은꼴'이라는 평가를 낳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2016년은 유진그룹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동양에 대한 인수 수순을 사실상 마무리함으로써 레미콘 업계의 한판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염원이 가시화됐다.

이사진에 유진그룹 측 사람 3명을 앉히는 데 성공했다. 동양 측은 유진은 차익을 노리거나 동양의 현금성 자산을 노리고 들어오는 속칭 먹튀 자본이라는 논리를 펴면서 소액주주들을 설득하려 했지만, 이 같은 선전전보다는 유진의 우직한 어필이 시장에서 더 인정받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유진투자증권이 부실을 털어내고 '최대 이익을 드리는 BEST 금융회사'라는 캐치프레이즈대로 고객에게 최상의 이익을 돌려주는 회사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운영 중인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주로 부동산 개발 등에 관련돼 구성된다)와 보유 중인 건설사 채권이 부실해지고 계열사가 소송에 휘말리는 등 재무구조 악화가 진행됐다. 하지만 오너 일가가 직접 진두지휘하면서 회사 경쟁력을 빠르게 회복했다는 평가다.

셋째, 유진기업이 인테리어 전문 브랜드 '홈데이'를 출범시키면서 유통 대신 인테리어라는 새 성장 요소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 시선을 모았다.

이 같은 주요 지표들을 기록한 올해는 공교롭게도 유진그룹이 2006년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든 이후 10년 만이다. 더욱이 유경선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뒤 따져도 30년 남짓이 되는 기간 만에 신비의 기업 내지 벼락부자, 혹은 M&A에 주력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벗고 탄탄한 기업 실적과 투자 철학을 갖춘 그룹으로 자신만의 색채를 분명히 했다.

유재필 유진그룹 창업주의 첫째 아들인 유경선 회장은 건빵 생산업체 영양제과가 모체였던 유진그룹을 레미콘과 시멘트 등 건설 소재 전문그룹으로 키운 주역이다.

유경선 회장의 신의 한 수

1984년에 유재필 창업주가 레미콘 업체인 유진기업을 설립하고 1년 뒤인 1985년, 유경선 회장이 회사를 이어받아 단기간에 1등 업체로 성장시켰다.

▲유진기업 송도공장. ⓒ 유진그룹

연세대 중문과 출신으로 가업을 이어받아 경영자로 변신한 그는 늘 새롭게 일을 벌여오면서 그룹의 성장세를 주도해왔다.

흔히 투자 진출과 외형 성장에 치중하는 지휘관의 경우 내실과 갑자기 닥치는 불황이나 자금 경색을 피할 방법 마련에 약하기 쉬운데, 유 회장의 경우 성장을 위한 투자 전략으로는 성공할 수 없고 이것이 헛꿈이 아니라는 점을 확고히 보여줄 수 있는 기반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인식 하에 차례로 새로운 일에 도전해왔다는 점이 다르다. 

경기가 얼어붙던 1997년에는 케이블TV업체인 드림시티방송을 설립하면서 미디어사업에 진출해 시장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신성장동력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나중에 CJ에 3300억원을 받고 팔았다는 점에서 이 회사 설립으로 확보한 경쟁력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건설 관련 회사에서 전혀 속성이 다른 미디어콘텐츠 영역으로 발을 넓히면서 막힘 없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일찍부터 디지털방송화를 서두른 결단력이 주효했다.

그 정도로 유진이 일찍부터 유연한 사고관을 갖고 있었다는 방증으로도 읽힌다. 드림시티방송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지역에서 최고 당기순이익을 올리는 것으로 유명한 케이블TV로 기억되고 있다. 

2004년에는 거래소 상장기업이면서 유진기업보다 규모가 훨씬 큰 고려시멘트를 인수, 주목을 받았다.

이후 대우건설 인수 추진은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갔지만, 언론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유진은 당시 1조5000억원을 마련하는 괴력을 발휘해 일개 무명 기업에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 탄탄한 그룹임을 인정받았다. 레미콘 업체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건설그룹으로 성장하겠다는 꿈을 세운 유진그룹의 비전도 세상에 확실히 각인시켰다.

서울증권(오늘날의 유진투자증권)과 로젠택배 인수를 마무리해 당시 금융-건설-물류 등 3개 축을 중심으로 유진그룹의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큰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남들이 두려워할 때 전진하는 '강소' 그룹군

이처럼 유진그룹이 성장해온 배경에는 여러 M&A를 시도하는 과감한 성향과 베팅을 뒷받침할 능력 그리고 빠른 중간점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진투자증권은 서울증권의 오랜 역량과 유진그룹의 저돌성을 합쳐 시너지를 내고 있는 특이한 모델이다. ⓒ 유진투자증권

실제로 현재는 롯데 측에 매각된 하이마트 관련 사안을 보면, 전자매매 부문 진출로 유통 역량을 강화, 시너지를 내겠다는 점에서 들어갔지만 S씨와 경영권 분쟁을 빚는 한편 그가 다른 회사를 차리려 했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결국 손을 떼고 유통 대신 과감하게 위에서 언급한 새 동력원 인테리어업으로 새 경영 포인트를 추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서울증권 시대부터 오랜 노하우를 갖고 있는 유진투자증권이 불의의 타격으로 인해 충격에 빠지자, 이를 수습하는 한편 빠르게 회복시키기 위해 선강퉁에 이어 후강퉁 투자 마련 등 새 시대적 조류 동참에 적극적으로 승부수를 걸기도 했다.

중국 광대증권 등과 과감히 파트너십을 맺고 거대 증권사 중심으로 소극적 현상유지에만 매달리고 있는 얼어붙은 2016년 증시판의 얼음을 깨고 전진하고 있는 것.

이 회사는 특히 근래 몇 년새 리테일 영업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한 것으로도 알려져 만족도가 높다는 평이다. 지난해까지 성과를 중간집계해 보면 본점영업 부문은 재작년 대비 약 두 배 이익을 시현하는 등 웅비했고, 리테일 부문도 6년 만에 흑자구조 전환의 기틀을 닦았다.

이렇게 승승장구하는 게 가능한 이유로는 잠시 언급된 오너십의 탄탄한 발휘나 자금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의문의 들 수 있다. 마지막 비밀의 키는 바로 인재의 영입과 적재적소 투입.

중소기업군에서는 인재를 키우고 영입하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다. 따라서 적재적소 배치와 활용으로 일당백 역량을 이끌어 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간 유진그룹은 재계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대우건설 인수전 등 여러 전쟁을 치르면서 적잖은 인재를 나름대로 활용하고 있음이 잘 알려진 바 있다.

일찍이 홍보 책임자로 대우그룹의 창구였던 백기승씨를 영입해 그룹 이미지 구축에 나선 것도 상당한 자산이 됐고, 지난 2004년에는 SK그룹에서 SK텔레콤 사장까지 맡는 등 SK그룹에서 잔뼈가 굵은 김대기씨를 그룹 부회장으로 영입했던 투자 역시 들인 공 이상의 보답으로 돌아와 그룹의 면모를 갖췄다는 분석이다.

레미콘 부문에서 능력있는 인사들이 포진하고 있는 것이 동양 인수 추진에서 자산이 되고 있음은 불문가지다. 유진투자증권 역시 새로운 포맷 개발 등에 새 피 수혈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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