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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훈식의 콘텐츠 렌즈] 기아차 향수(香水)에 대한 향수(鄕愁)

 

전훈식 기자 | chs@newsprime.co.kr | 2016.12.16 15:36:16

▲쥐스킨트 '향수(부제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는 1985년 취리히에서 초판된 이후 반향을 불러일으켜 전 세계적으로 1200만부 이상 발매된 베스트셀러다. ⓒ 네이버 캡쳐

[프라임경제] "존재하는 모든 것은 향기가 있다.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18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쥐스킨트 '향수(부제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는 지난 1985년 취리히에서 초판된 이후 반향을 불러일으켜 전 세계적으로 1200만부 이상 발매된 베스트셀러다.

1738년 한여름 파리 음습하고 악취 나는 생선 좌판대 밑에서 매독에 걸린 한 여인의 사생아로 태어난 주인공 그르누이는 태어나자마자 버려졌으나,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남는다. 대신 그 어머니는 영아 살인죄로 교수형에 처해지면서 떠돌이 생활이 시작된다.

세상 온갖 냄새에 비상한 반응을 보이는 초자연적인 감각을 타고난 그르누이는 정작 자신에게서는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아 다른 사물의 본질은 분별할 수 있으면서도 자신만의 본질은 없는 사람으로 성장한다.

이 때문일까. 비정상적으로 향기에 집착하던 그르누이는 '지상 최고 향수' 즉, 사랑을 불러일으켜 그들을 지배할 수 있는 향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연속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결국 끔찍한 최후를 맞는다.

극 중 향기(혹은 향수)는 어떤 존재감을 나타내며, 태어날 때부터 향기를 지니고 있지 않은 그루누이는 사회에서의 희미한 존재감을 의미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 펼쳐진 기아차의 '오감브랜딩 마케팅'이 문득 떠오른다.

지난 2006년 '디자인경영'을 선포하면서 시각적인 측면을 강화한 기아차는 인간 오감으로 고객들에게 독득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방침 아래 '오감브랜딩 마케팅'이라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진행한 바 있다.

특히 미각과 더불어 차량으로 느끼기 어려운 '후각'을 '기아 향(香)'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며 뚜렷한 브랜드 정체성을 어필했으며, 업계에서도 기아 향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아끼지 않았다.

사실 동물의 오감 중 냄새를 느끼는 감각인 후각은 단순히 이에 그치지 않고, 적과 짐승을 경계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종족 생존 유지를 위한 필수도구로 작용한다. 사람은 물론, 바다나 도로·나무 등 무생물에게도 정체성을 나타내기 위한 특유의 냄새가 존재한다.

이런 후각의 기능을 이용해 제작된 기아 향은 판매 및 서비스 거점 등 다양한 접점 공간에서 노출시켜 고객들에게 독특한 브랜드 정체성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당시 기아차 관계자는 "오랜 시간 기억에 남는 감각 중 하나인 후각에 브랜드를 담아냈다"며 "언제 어디서든지 기아차를 느낄 수 있는 기아 향을 통해 고객들과 브랜드 감성을 공유하겠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자극이 계속되면 쉽게 순응해 기능을 소실하게 되는 후각처럼, 그 이후 기아차 '오감브랜딩 마케팅'은 소리 없이 사라졌다.

기아차 관계자 역시 이에 대해 "기아 향의 '후각'을 비롯해 △소닉브랜딩(Sonic Branding)의 청각과 '테이스트 오브 기아(Taste of KIA)'의 미각 이후 더 진행된 오감브랜딩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그동안 기아차는 오감브랜딩과 같은 차별화된 전략으로 국내외에서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브랜드 홍보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다만, 기대 이상의 초기 반응 때문인지 불꽃처럼 사라지는 관심에 기아차가 추진했던 다수의 마케팅이 끝까지 유지하지 못한 채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기아차는 올해 '사상 첫' 내수시장 1위(11월 누적판매 기준)라는 대 성과를 달성했다. 이에 머물지 않고 고객들의 사랑을 유지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새로운 마케팅을 선보일지도 궁금하다.

지나가는 한 여인의 향기는 때때로 철없던 시절 절절했던 짝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기아 향'이 아닌 초창기 디자인경영으로 명성을 날리던 당시의 자극적인 향기가 그리워지는 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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