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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운대 '체육시설자보험 허점' 편승…교육부 징계는?

아이스링크 기준 위반 펜스 설치, 사고 뒤 "특약 안내했다" 발뺌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6.12.09 18:06:13

[프라임경제] 광운대학교가 운영 중인 아이스링크, 여기서 사고를 당한 한 젊은이가 반신불수 상황에서도 치료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위기에 내몰렸다. 더욱이 이는 일각에서 짐작하듯 민간 보험회사의 몽니 때문이 아니라 결정적으로 학교 측이 책임 회피로 인해 빚어진 상황이어서 주위를 안타깝게 한다.

A씨는 2013년 3월 서울 노원구 소재 광운대학교 아이스링크에서 쇼트트랙 훈련 중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앞서 주행하다 넘어지는 선수를 피하던 중 따라오는 선수와 부딪쳤는데, 안전 펜스가 있었음에도 크게 부상을 입었다. 그는 이 사고로 척수손상에 의한 하지마비 증세를 보여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하지마비 증세가 나타나면 보행은커녕 혼자 서는 것도 어렵다. A씨의 경우 긴 재활치료가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 법에서는 '체육시설체육업자 배상책임보험'을 가입하도록 해 운동 중 사고에 대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뒤늦게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사건은 법리상 구멍과 보험 계약상 허점, 그리고 이를 노리고 출입과 대관 계약에까지 학교 측 입장만 반영한 광운대 탓에 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다. 

운동선수 출신인 한 청년의 신음은 개인의 불행 혹은 안타까운 사연을 넘어 제도상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전 펜스 규격 미달 문제서 '사달'

선수들을 위해 링크장 안에 설치된 보호 시설물인 안전 펜스. A씨는 이 펜스에 부딪혀 쇼트트랙 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큰 부상을 입었다.

사고 당시 광운대 아이스링크는 20㎝ 두께의 펜스를 사용하고 있었다. 실업팀이나 국가대표 선수들이 주로 이용하는 국내 유수의 아이스링크들은 40∼60㎝의 펜스를 사용한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안전 펜스에 관한 규정을 갖고 있는데, 당시 자체 규정을 두지 않고 국제빙상연맹(ISU)의 규정을 준용했다고 한다. ISU는 국제 대회 규격 안전 펜스 규정을 40∼60㎝로 본다. 그러므로 광운대는 당시 권고 기준에 미달하는 펜스를 사용했던 것이다(이 사고 후 펜스를 교체한 것으로 알려진다).

문제는 A씨가 단체훈련을 받던 중 사고를 당했다는 데 있다. 사고 과정에서 개인의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사실 어렵다. 그런데 왜 사고에 대한 책임은 결국 A씨에게만 지워진 것일까?

광운대 아이스링크는 1998년 개관과 동시에 체육시설업자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했다. 이는 체육시설업을 등록한 체육시설 업자 중 문화관광부령이 정하는 소규모 체육시설업자를 제외한 모든 체육시설이 가입해야 하는 의무 보험이다.

당연히 골프장업이나 스키장업·요트장업·조정장업·카누장업·빙상장업·자동차경기장업 등은 시설이 클뿐더러 위험성도 제법 높으므로 강제적 가입 대상이다.

이렇게 되면 시설을 이용하다 다친 이를 위해 보험금 지급이 순조롭게 이어질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사고 이후 짐작대로 처리되지 않았다. 이유는 보험약관의 면책 사유에 있다. 광운대 아이스링크장이 가입한 배상책임보험뿐만 아니라 대개의 우리나라 보험사들은 '각종의 경기단체(협회, 연맹 포함)에 공식적으로 등록된 운동선수 또는 그의 지도 감독을 위하여 등록된 자가 그 운동을 위해 연습, 경기 또는 지도 중에 생긴 손해에 대한 배상 책임에 대해서 보상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갖고 있다. A씨는 빙상연맹에 가입된 공식 선수이기 때문에 보험사의 책임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광운대 시설을 빌려 진행 중인 제3회 서울시 가족스케이트 교실의 장면. ⓒ 서울시

협회 등 등록 선수를 겨냥한 면책 약관이 있는 것일까? 사실 전문 운동선수들은 일반 가입자보다 위험에 노출되는 일이 잦다고 할 수 있다. 이익을 위해 운영되는 민간보험사로서는 달갑지 않다.

물론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상 체육시설업자의 책임보험 해석상 이런 배상 책임 부정이 이뤄져도 A씨가 주장할 법리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민법상 영조물 책임이나 불법행위 책임 등을 채용해 바로 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한 보험회사 관계자는 "이렇게 문제의 보험사가 약관을 들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해도 영조물 책임 등이 남는다고 보면 된다"고 풀이했다.

여기서 광운대의 책임 부인을 위한 내용이 가동된다.

광운대 홍보 관계자는 말을 흐리면서 "이 경우 대관을 해 (운동을) 한 경우인데 선수들은 (약관상 배제 상황을) 안내하고 (계약을)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선수들은 상해보험에 따로 가입을 하는데, 이 선수의 경우 그렇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부연했다.

결국 스포츠시설 이용을 할 때 계약상 광운대가 갖고 있는 시설보험의 보호 대상이 아니고, 그렇다고 학교 측이 만약을 대비해 책임을 져 줄 수도 없다는 것이다.

소재 불명확화 위해 정교한 작업 진행

사정이 이렇다면 부동문자로 인쇄된 내용인 경우 약관규제법상 계약의 본질적 내용을 달성할 수 없는 문제적 약관으로 해당 부분 무효라고 주장할 여지가 있다.

우선 위 관계자가 알아서 상해보험을 개인적으로 들었으면 됐을 텐데 안타깝다는 식으로 이야기한 것은 겉으로는 말이 되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다. 시설책임보험의 면책을 주장할 정도인 보험사들이 개별적 선수의 상해보험을 가입받아 주는 문제를 역시나 꺼리기 때문. 실제로 한 체육관련 단체가 이를 안타깝게 여겨 이 사고 후 시간이 꽤 경과된 후에 따로 보험을 만들기도 할 정도였다(스포츠안전재단, 2016년 7월). 그러므로 존재하지도 않는 상해보험을 들고 우리에게 문제 제기를 하지 말라는 이상한 발언인 셈이다.

다시 요약해 보면, A씨 혹은 A씨 관련 조직이 체육시설의 이용을 활성화하고 이 경우 일어날 불미스러운 각종 사고 책임에서 업주와 피해 고객을 모두 보호할 목적으로 법에서 강제한 보험이 면책 약관 때문에 제대로 가동되지 않을 것이 분명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처한 선수에게 ‘그래도 이용하려면 학교 측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내용의 계약을 하고 시설을 이용하라고 요구한 것이 된다.

이 같은 약관이 과연 전체 법 시스템 상 허용될 수 있는지를 따져보자.

병원에서 수술을 앞두고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실무상 병원의 입장도 이해가 안되는 바는 아니나, 우리나라 법원은 이런 각서를 무효로 해석한다. 의료과실은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경우 억지로 수술 동의를 한 경우의 의사 제한과 훈련이나 경기에 차질을 빚을 선수나 선수단체의 곤란함을 같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스포츠엔터테인먼트법학회에서 활동해온 한 서울지역 법학 교수는 사안 내용이 완료된 상황이 아니라 정확한 최종 판단을 할 것은 아니라고 전제하고,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독일이나 미국법상 엄격주의라고 해서 책임 입증 문제에서 더 강한 힘과 정보 장악력을 가진 쪽에 입증책임 전환 부담을 지우는 경우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울러 "자동차배상보장법상 자동차 책임보험을 강제하고 있는데, 이 경우 체육시설업자의 보험 책임 등 강한 소비자 보호 의무를 저버린 것이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도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체육시설업자의 보험 등 책임에 대해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자배법에 준할 정도로 강한 가입 등 보호 책임을 지운 것인지에 대해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처럼 정보의 비대칭 상황이나 책임을 면하기 위해 등록 선수들에게 체육시설 이용 시 동의를 구한 게 단순히 얌체 행각에 해당하지 않고 일종의 불법행위라고 본다면, 교육부 징계를 구할 여지도 생긴다.

지난 2월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재정지원 사업 매뉴얼을 보면, 부정이나 비리가 드러난 대학은 재정지원 대상에서 수혜 제한을 걸 수 있다. 감사 처분 등 처분 시점을 근거로 1년간 사업비 감액이 이뤄진다. 문제가 된 해당 사업의 지원 문제뿐 아니라, 신규재정 사업 선정평가에서도 감점을 받게 된다.

이화여대의 경우 정유라씨 부정 입학 건으로 이와 직접 연관이 없는 BK21플러스사업의 불이익이 주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바다.

광운대의 경우 책임 소재 불명확화를 위해 정교한 작업을 진행한 책임이 큰 만큼 앞으로 전개될 법적 공방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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