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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앞둔 한화, 권력 앞에 '乙'이 될 수밖에 없었다

[재계는 동네 북③] "제3자 뇌물죄 공범 삼성 위해 무고한 재벌까지 들러리" 논란도

임혜현·이보배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6.11.24 16:17:00

[프라임경제] 기업의 탐욕은 끝이 없다. 정치에 휘둘리면서 돈을 뜯기기도 하지만 거기 기생하는 것을 즐기고 혹은 정권을 이용하면서 성장하기도 한다. 때로는 그것이 한 국가(자국일 수도 혹은 다른 나라일 수도)를 뒤흔드는 파장을 일으키기도 한다. 문제를 수사기관에만 맡겨두기 적합치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국민들의 알 권리 보장은 물론 진실 발견을 위해 유권자 전체를 대변하는 의회 차원에서 청문회에 돌입하는 경우가 세계적으로 적지 않다. 하지만 기업을 필요 이상 잔인하게 해부하는 것까지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 돌입 전에 고민해 볼 과제다.

주요 기업들이 각자 총수 청문회 소환 상황에 대비 중이다. 이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한 그룹 수뇌부들은 피해자 성격이 강한데 정작 박 대통령은 빠지고 기업인들만 자금 출연 문제로 청문회에 나가야 하는 게 옳으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기본적 윤곽에 대한 지적이 '총론'에 대한 논란이라면, 재계 안팎에서는 세부 사항 중 문제 요소 각론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오고 있다.

내달 5일 구본무 LG그룹 회장부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 한국의 경제를 움직이는 주요 인사들이 대거 청문회에 출석해야 한다. 

몸통 빼고 깃털만? 왜 불려가야 하나 불만 팽배

이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삼성과 다른 그룹 간의 형평성 문제. 삼성은 현재 이건희 회장 와병 상황으로 지배구조 개편 문제를 빨리 마무리지어야 할 필요가 높아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 합병 건 등 다양한 이합집산이 진행돼왔다.

문제는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국민연금의 행보도 최순실씨 국정 농단의 일환이라는 의혹 부분이다. 검찰은 현재 이 문제에 최씨 더 나아가 박 대통령의 개입이 있었는지 흔적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인 것으로 보인다.

제3자 뇌물죄로 박 대통령을 직접 옭아매려면 삼성물산 건 같은 호재가 없다는 풀이다. 즉 박 대통령이 지배구조 개편의 가려운 부분인 합병 처리에 당국의 콘트롤이 가능한 국민연금에 입김을 넣어주고, 최씨나 미르재단 등에 삼성의 지원과 배려, 자금이 들어가게 했다면 제3자 뇌물죄의 구성이 가능하다.

실제로 검찰은 국민연금 압수수색 단행 등으로 이미 수사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박 대통령을 단순히 뇌물죄의 공동정범으로 규정하는 것만으로는 수사기관으로서의 자존심이 충족되지 않는 상황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렇게 되면 단순히 자금을 뜯기거나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말을 사준 위치에서, 적극적으로 반대급부를 챙기려 한 제3자 뇌물죄의 공범이 된다.

그런데 다른 기업들의 수뇌 인물들은 박 대통령을 대면한 후 미르재단 등에 자금을 낸 것만으로도 이런 의혹을 받는 삼성과 함께 청문회에 서게 된다. 불만이 없을 수 없다.

CJ는 총수 대신 전문경영인 출석, 한화는 혜택 없이 불이익만

다시 5일 출석 대상자 명단으로 눈길을 돌려보자.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로서 자기 회사를 지휘하는 인물이 아닌 이들도 포함돼 있다.

이 상근부회장의 경우,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이 미르와 K스포츠재단 기금 모금을 총괄한 인물로 지목하고 "즉각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지목할 정도의 인물이다. 부장검사 출신인 김 의원이 이 사건 전반의 키맨 중 하나로 그를 꼽고 있으니 청문회 출석 인사로 당연하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문제는 손 회장 부분이다. 물론 CJ의 경우 이재현 회장이 구속된 이후 대법원에 이어 파기환송심으로 다시 고등법원으로 사건이 환송되는 등 긴 고생을 한 상황에서 손 회장 등 임직원들이 기업 살리기에 최선을 다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실 이 회장이 갇혀 있었으므로, CJ에 대한 각종 압박과 그에 따른 최씨 등의 간섭(최순실 일가는 기업 인사 문제에까지 힘을 발휘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의 내용은 손 회장이 이 회장보다 더 잘 알 수도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일명 최순실씨 국정 농단 청문회를 두고 미묘하게 차이나는 상황에 서 있다. ⓒ 뉴스1

하지만 사퇴 압력의 대상이 된 이미경 부회장이 직접 청문회장에 나오는 방법도 있고 보면, 오너 일가라서 빼주고 전문경영인인 손 회장을 대신 부르기로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과 면담한 이는 손 회장이라고 설명해도, 누가 면담 참여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가장 잘 답을 줄 수 있느냐로 확장해 볼 때 정답은 아니라는 얘기다.

사건의 진상을 가감 없이 그리는 그 자체에 집중해 보면 이것은 이 회장이 간신히 풀려나온 상황에 대한 배려, 오너 일가 봐주기를 해주는 데 그친다는 지적이다.

사정이 이러니, 한화로서는 불이익의 극치에 내몰렸다는 풀이가 뒤따른다.

김 회장이 매번 사면·복권 혜택에서 배제된 점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박 대통령 면담 문제로 청문회에는 불려가게 된 점은 돈은 돈대로 내고 혜택은 못 받은 곳이나 다름없다. 속담에 배(梨) 속 먹는 꼴이라는 처지로 요약된다.

물론 사면 문제 등에 염두를 두고 각종 출연에 나섰다는 풀이도 가능하고, 또 다른 뒷거래 의혹도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사면 문제가 개인의 체면 문제만이 아니라, 기업 경영 전반에 총수의 활동 범위 자체를 크게 달라지게 할 수 있는 요소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속내 자체를 비판할 수도 없다.

가장 큰 문제는 기업의 지배구조 자체를 뜯어고치는 데 정권의 힘을 이용하려 했다는 삼성 의혹 부분과 한화의 개괄적인 투자(?) 문제는 결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른바 경영판단 문제로도 볼 수 있고, 현재까지의 법원의 배임죄 판단 내역을 봐도 그렇다.

대법원, 어쩔 수 없어서 뇌물 줬고 회사 이익된다면 배임 'NO'

예를 들어 그런 자금 제공을 김 회장이 한 것이 회사(한화그룹)에 대한 업무 신의를 저버린 배임(업무상 배임: 액수에 따라서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도 가능) 죄악이라면, 그런 각도에서 비판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로비 행각이 업무상 필요했다면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바 있기 때문인데,  2014년 11월 말, 대법원 2부는 아현뉴타운 재개발 사업 발주 당시 회삿돈 수억원을 빼돌려 수주 로비를 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우건설 임원 M씨, 대림산업에서 당시 현장 관리부장으로 일했던 L씨 등 총 4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단순히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있도 있지만, 건설사 관계자들의 뇌물죄 공소시효가 지나 배임죄 성립에 대해서만 수사와 판결이 이뤄진 경우였다.

대림산업 등은 이 로비 효과로 사업 수주로 막대한 이익을 얻었고 홍보 비용 등을 절약한 사정 등이 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회사에 불이익이 생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회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구명을 위해서 지출한 셈이나, 이 자체가 사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슈여서 모른 척 할 수 없는 일일뿐더러, 청와대나 그 주변 인사 등의 입김이 사업 전반 곳곳에 미치는 한국의 특유한 제왕적 대통령제 시스템을 감안해 보면 음으로 양으로 간접적으로(어떻게든) 도움은 됐을 것이니 손실로 볼 여지가 없다.

결국 업무상 배임도 아닌 김 회장은 중병을 앓고 있는 이 회장이나 대단히 큰 그림을 그려 박 대통령과 아예 제3자 뇌물죄 공범 가능성이 논의되는 이 부회장 대비 죄인 아닌 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는 것.

이렇게 두루 문제가 많은 청문회 진행인 데다, 공개 여론 재판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 우려를 낳고 있다. 최종적으로 관철되기는 어렵겠지만, 비공개 방식 진행과 이후 정제된 백서 형식의 공개 등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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