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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으로 재벌 일군 초졸 학력 총수, 청문회는 그를 초딩 취급했다"

[재계는 동네 북①] 5공 청문회도 기업 수뇌부 추궁 문제…최순실 건 심지어 TV중계까지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6.11.24 12:32:27

[프라임경제] 기업의 탐욕은 끝이 없다. 정치에 휘둘리면서 돈을 뜯기기도 하지만 거기 기생하는 것을 즐기고 혹은 정권을 이용하면서 성장하기도 한다. 때로는 그것이 한 국가(자국일 수도 혹은 다른 나라일 수도)를 뒤흔드는 파장을 일으키기도 한다. 문제를 수사기관에만 맡겨두기 적합치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국민들의 알 권리 보장은 물론 진실 발견을 위해 유권자 전체를 대변하는 의회 차원에서 청문회에 돌입하는 경우가 세계적으로 적지 않다. 하지만 기업을 필요 이상 잔인하게 해부하는 것까지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 돌입 전에 고민해 볼 과제다.

"TV로 중계되는 것만이라도 어떻게 좀 안 되나?"

주요 기업들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최순실씨 국정 농단 규명과 관련, 기업 수뇌부가 대거 청문회장에 소환되기 때문.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일정에 따르면 다음달 5일과 6일에 각각 1·2차 청문회를 진행하고 이어 13일과 14일에 3·4차 청문회가 열린다.

우선 12월5일에는 구본무 LG그룹 회장부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기라성 같은 기업인들이 출석하게 된다.

평창 동계올림픽 건으로 조명받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나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는 허창수 GS그룹 회장도 빼놓을 수 없는 이날의 유명 출석 대상자다.

엄정한 진실 규명을 통해 의혹을 해소해 달라는 주문도 적지 않지만, 기업 관계자 중에는 한보 비리 청문회에서 지나치게 당당하게 임했던 정태수씨를 떠올리는 대신 더 오래 전 일인 5공 청문회 등을 회상하는 이가 적지 않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피아제 시계 뇌물 등 수사 상황에서 TV 중계 등을 위시한 언론의 집중 조명으로 자살까지 떠밀려간 점을 기억하기도 한다.

5공 비리 중 대표적 사안인 일해재단 비리에 관련된 기업 헌금 문제를 추궁당하던 모습이나, 봉화마을에서 출발한 특별개조 경호 버스를 언론사 차량과 헬기 등이 뒤따르면서 압박한 모습처럼 자기 기업 수뇌부가 궁지에 몰리는 것만은 막고 싶다는 심리가 TV중계 문제를 놓고 피어오르고 있다.

몸통 빼고 깃털만? 왜 불려가야 하나 불만 부글

다시 특위의 합의 일정으로 돌아가 보자. 오는 6일 2차 청문회 증인으로는 고영태 전 펜싱 국가대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다만, 3차와 4차 증인 문제 등은 추후 협의 대상으로 미정 상태이며, 박근혜 대통령의 증인 채택은 새누리당 지도부의 강력한 반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현재 박 대통령을 최씨 의혹 중 각종 뇌물 문제의 공동정범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청와대 측이 문제 인물들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을 지목한 데 반발, 사상누각 공소장이라고 비판하자 아예 박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뇌물죄 공동정범이라는 에두른 표현 대신, 아예 제3자 뇌물죄를 직접 범했다는 점을 밝혀내려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 이에 따라 삼성물산 합병 문제에서 비정상적인 투표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국민연금을 압수수색하는 한편, 청와대 민정수석실도 수색(23일) 대상에 올렸다.

사정이 이런 터에 박 대통령을 불러내지 않는다는 점에 회의적인 시각을 경제계 인사들이 할 수밖에 없는 상황. 하다 못해 1988년 '5공 청문회' 때에도 전두환 전 대통령을 불러냈다는 점과 대비된다. 질문을 받지 않고 미리 준비해온 원고만 읽어내려가는 오만한 태도에 국민적 비판 여론이 비등했던 것은 그 다음 문제다.

전 전 대통령이 불완전하지만 증인으로 불려나왔기에 기세를 올린 정치인들이 그 형인 기환씨를 비정상적으로 챙겨준 문제 등 생생한 조사가 가능했다. 이준용 당시 대림산업 부회장을 추궁한 임춘원 전 의원(당시 평민당) 등의 공세는 지금도 블로그 등에서 회자된다.

◆"어쩔 수 없어서 줬다" 항변…검찰도 피해자 판단

당시 청문회장에서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일해재단에 출연한 이유에 대해 "정부의 기분을 나쁘지 않게 해서 모든 것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 시류에 따라 돈을 냈다"고 했다. 당시 정 회장을 가장 몰아붙인 인물은 젊은 국회의원이었던 노 전 대통령이었다.

신랄함이 지나쳤다는 평은 부득이한 면이 있으나, 아마 당시 야당 의원들이 공격과 예우의 조화를 이루지 못한 점이나 당사자인 전 전 대통령이나 장세동씨 등 문제 인물들과 기업인들을 도매금으로 취급하는 듯한 태도는 지나쳤다는 의견도 없지 않았다.

"야당(당시 여당은 '민정당') 의원의 신문 과정 또한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한두 의원의 조리있고 치밀한 추궁이 있었지만 도대체 청문회가 무엇을 하는 것인지 기본인식부터 갖추어지지 못한…장세동(안기부장을 지낸 전두환 전 대통령의 최측근) 증인으로부터 일해비리의 핵심문제 접근에 계기가 될 새로운 사실도 캐내지 못하고…스스로의 '청문'이 있어야 한다."

1988년, 경향신문은 11월8일자 사설 '청문회를 청문한다'를 통해 5공 비리 청문회에서 정치인들이 보인 형태를 이렇게 지적하고 추후 개선을 촉구했다. 

▲5공 청문회(사진)는 독재정권의 비리 단죄라는 순기능 못지 않게 반성 요소도 남겼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가 이 교훈을 살려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 국회

검찰의 소환 조사를 통해 재단 출연금 모금 등과 관련된 내용이 이미 확인됐고, 대부분의 기업은 피해자라는 점이 더 중요함도 드러났다는 점에 매달리는 기업 관계자들일수록 TV중계 등에 더  불만을 표시한다. 박 대통령을 못 불러내는 상황에 굳이 총수들만 여의도로 불러내는 것은 공개적 망신주기로 끝날 뿐이라는 걱정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물론 기업들은 청문회에 불출석할 경우 국민적 지탄을 받게 될 것으로 우려해 울며 겨자 먹기로 청문회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각 그룹이 수뇌부 인물들의 발언 한마디 한마디가 방송을 타게 되는 상황을 앞두고 법무팀 등을 중심으로 대응전략 수립에 들어갔음에도 완벽한 대응을 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데 있다. 일부 기업은 대책팀을 구성해 예상 질문을 미리 만들고 답 연습지도 만든 뒤 여러 차례에 걸쳐 예행연습까지 할 것으로 호사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일부 그룹은 대형 로펌을 선정해 청문회 답변을 준비할 것으로도 보인다. 이는 과거 재벌 수사에서 호되게 당한 바 있는 한화그룹이 그 직후 법무조직을 강화하는 등 실제 사례가 있어 더 신빙성이 있다는 것. 정주영 케이스를 보더라도, 여론이 비등하는 상황에서 국회가 존재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그 와중에 상처받을 여지가 충분하다는 공포감이 기업들을 감싸고 있다.

◆"전직 검찰 총수도 불려가면 실수" 금태섭 발언 타산지석 삼아야

우리나라의 기업 총수들은 전형적인 의미 즉 독일이나 미국 제도에 기반한 거대 기업에서의 이사회 의장이나 운영조직의 사령관에 그치지 않는다. 그 자체가 신경 조직 전체에 해당하는 특수한 구조를 갖는다. 이것이 후진적인 재벌 문화인지는 차치하고라도, 지금 당장 최소한의 배려를 해야 할 이유가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런 한국적 특수성 문제에 대해서는 외국 주주들이나 관계자들도 인식하고 있다. 일례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수사 국면에서 해당 그룹은 검찰의 수사 착수와 총수 정조준 자체에 불안해하는 일본 롯데 측 인사들을 달래느라 적잖이 공을 들였다.

물론 일본 특수수사와 우리 검찰의 업무 스타일이 다르다는 점에서 우려의 큰 부분이 있지만 한국 재벌의 특이함과 수사 문제에 대한 문제도 함께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검사를 지낸 금태섭 의원은 "얼마 전까지 검찰총장을 지낸 이도 수사 당국에 불려가면 실수를 한다"고 언급했는데 이 점은 이번 재벌 청문회 대거 소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품위있는 추궁과 적절한 수위 조절이 필요한 이유다.

혼이 빠질 정도로 몰아세우고 돌이킬 수 없는 각인효과가 큰 방송화면상 중계 등을 악용하면, 내로라 하는 고위층이나 기업인들도 답이 없다는 점을 이번 청문회 준비에 나서는 이들이 숙지해야 한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에서, 잘못에 대한 추궁은 필요해도 지나칠 정도로 기업과 나라 망신을 주는 것은 최소로 줄여야 한다는 점도 논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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