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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해부] 대상 ①태동과 성장…실험정신 빛난 '맛의 원천' 미원

"국내 첫 발효 조미료 시대 열다" 창립 60주년 종합식품사로 거듭

하영인 기자 | hyi@newsprime.co.kr | 2016.10.27 17:14:17

[프라임경제] 국내 대기업들은 대내외 경제상황과 경영방향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거나, 몰락의 나락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일지라도 변화의 바람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고 있다. 국내산업을 이끌고 있는 주요 대기업들의 '선택'과 '집중'을 파악해보는 특별기획 [기업해부] 이번 회에는 대상 1탄 태동과 성장에 대해 살펴본다.

'조미료 전문' 기업으로 출발, 사업영역 다각화를 꾀한 끝에 종합식품회사로 거듭난 대상㈜. 오늘날에는 연매출 2조6000여억원을 올리며 임직원 4000여명을 거느린 재벌그룹의 반열에 올라섰다.

대상의 발자취는 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56년 1월 설립된 대상의 모태 동아화성공업㈜이 1962년 미원㈜으로, 오늘날 대상그룹을 이끌게 된 데에는 고(故) 임대홍 창업주의 지고한 연구정신이 뒷받침됐다. 

그는 국내 최초 발효 조미료 '미원'을 개발, 지금의 대상그룹을 있게 한 장본인이다. 평생에 양복 세 벌, 구두 두 켤레보다 많이 소유한 적 없다는 임대홍 창업주는 늘 검소하게 살며 경영자이기보다는 연구에만 몰두하는 실험가에 가까운 행보를 보였다. 

지난 4월 향년 97세로 별세한 그는 '실험광'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생전 아흔이 넘는 고령에도 회사 한편에 마련된 연구실의 불이 꺼지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연구광 임대홍, 미원 개발부터 제조시설까지 '심혈'

1920년 전북 정읍에서 5남1녀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난 임대홍 창업주. 그는 고창군청 공무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으나 1945년 해방 후 공직생활을 그만두고 학창시절부터 관심을 가져왔던 축산가공업에 도전한다. 

▲임대홍 대상그룹 창업주. ⓒ 대상

그렇게 설립한 피혁공장은 조금씩 번창했고 여러 지역에서 피혁사업을 펼치게 됐지만, 임 창업주는 전쟁 직후 복구사업 일환으로 들어오는 외국 상품들에 자극을 받아 돌연 무역업에 뛰어들었다. 

무역업을 전개하면서 일본과 홍콩을 자주 오가던 그에게 인생의 과제가 생긴다. 한국인의 식탁을 점령한 일제 조미료 '아지노모토'를 보고 국산 조미료를 만들어야겠다는 열망을 품은 것. 

당시 아지노모토는 쌀값의 수십 배에 팔리고 있었다. 이를 안타까워한 그는 즉시 1955년 일본으로 건너가 우여곡절 끝에 감칠맛을 내는 '글루탐산' 제조 공법을 익힌다.

이듬해 임 창업주는 부산에 495.9㎡(150평) 규모의 조미료 공장을 세우는데, 이것이 바로 대상그룹의 모태 동아화성공업의 시초다. 

'맛의 원천'이란 뜻을 지닌 최초의 국산 조미료 미원의 탄생은 국내 커다란 열풍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일본 제품을 몰아내고 국민 조미료 시대를 열었다. 

직원 30여명이 매월 조미료 500㎏을 생산하는 작은 규모로 시작한 이 사업은 순수 국내 자본을 통한 사업 확대와 국내 제조업 발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임 창업주는 이에 그치지 않고 제조설비 '석부(돌솥)'를 고안해냈고 두 달간 각지 돌을 수집해 철분·염산 함량 등을 조사한 끝에 가장 우수하다고 판명된 전라도 황등산 돌을 채택했다.

1959년에는 석부 12조를 완성, 월 40~50톤의 국내 최대규모 미원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게 됐다. 오늘날에도 미원은 판매금액 기준 국내 시장점유율 95%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1958년 9월에는 미왕산업사를 설립했으며 1965년 12월 미왕산업사의 상호를 서울미원㈜으로 바꾸고 방학동 공장을 준공했다. 1970년에는 미원㈜과 서울미원㈜ 주식을 증권시장에 상장하기에 이른다. 

◆오너경영 체제→전문경영인 체제 확립

임 창업주는 대상 설립 30년 만에 1986년 장남인 임창욱 명예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준다. 같은 해 서울미원을 ㈜미원으로 상호 변경하고 한국음식문화연구원을 개원했으며 1994년 2월 계열사명을 '미원'으로 통일, 미원식품㈜의 상호를 ㈜세원으로 바꿨다. 

1997년 10월이 돼서야 미원과 세원을 합병해 지금의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오너경영 체제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본격적으로 갖추게 된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 ⓒ 대상

10년간 대상그룹의 회장직을 역임했던 임창욱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고 전문경영인 출신 고두모 회장을 선임한 것. 

2000년 미성교역, 세원화성, 세원중공업 등을 분리해 대상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세원그룹은 임 창업주의 차남 임성욱 회장에게 돌아갔다. 현재는 세원에셋, 세원화성, 세원화학 등의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더 나아가 2005년 8월 대상을 인적 분할해 사업부문은 대상에 존속시키고 투자부문을 담당할 지주회사로 대상홀딩스㈜를 출범했다. 이때 임창욱 명예회장은 대상홀딩스의 대표로서 8년 만에 경영 일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당시 임창욱 명예회장은 서울 방학동 공장 이전 과정에서 200억원대의 불법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지난달 검찰에 구속 기소된 상태여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1998년에는 이재용 삼성그룹 당시 전무와 임 창업주의 손녀 중 임창욱 명예회장의 장녀 세령씨가 결혼한다. 당시 대학생이던 세령씨는 다소 이른 나이에 결혼하게 됐고 영호남 대표기업의 혼사 등으로 재계의 관심이 쏠렸었지만, 약 11년 만에 갈라서게 된다. 

세령씨의 동생 상민씨는 지난해 말 5살 연하의 국유진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신랑은 미국 시카고대학 경제학과와 하버드대 경영전문대학원(MBA) 과정을 마친 금융전문가로 국균 전 언스트앤영 한영회계법인 대표의 장남이다. 

◆글로벌 사업 확대로 100년 기업 초석 마련

대상은 현재 종합식품사업 외에도 바이오사업, 전분당사업 등을 전개, 국내외 식품문화를 선도하며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특히 글로벌 거점을 점차 확대하고 국내 중심의 사업구조 탈피에 나섰다. 대상그룹의 지난해 기준 수출액은 5000억원을 돌파했으며 해외 거점을 34개 보유하고 있다. 

▲대상 인도네시아 공장. ⓒ 대상

'순창' 브랜드와 '청정원' 가공식품을 위시해 대상FNF㈜의 종갓집 김치, 바이오, 전분당, 대상웰라이프 건강식품 등의 수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지난해 3000만달러 이상의 해외 매출실적을 달성한 '청정원 순창고추장'은 미국과 중국, 일본 시장을 중심으로 72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10%씩 증가하는 추세다. 

대상의 해외사업 기반은 1970년대부터 이뤄졌다. 1972년 국내 최초로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대상은 1년 만에 일본의 아지노모토와 중국 사사를 누르고 40% 이상 점유, 업계 1위에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1990년대에는 인도네시아에 MSG공장을 세우고 1994년에는 베트남에도 설립해 인도차이나반도와 중국 진출의 우위를 확보했다. 같은 해 미국과 네덜란드 등에 현지법인을 만드는 등 글로벌 경영의 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이 밖에도 대상은 할랄시장 공략에 가속하고 있다. 대상은 지난 2011년 2월부터 할랄 인증 제품 수출을 시작, 지금까지 △마요네즈 △김 △유지류 △맛소금 △미역 등 총 23개 품목에 대해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대상의 할랄제품 수출액은 2011년도 약 6억원 수준에서 2014년 34억원, 지난해 50억원에 달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수출 외에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의 할랄제품 매출도 300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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