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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관광, 해외여행자 보험에도 자체 배상책임 발뺌 못하는 이유

손익상계 일반론 따르면 회사 측 부담 0원…1998년 판례 전향적 접목 필요

임혜현·김수경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6.10.24 11:25:41

[프라임경제]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해외여행자 보험의 활용 규모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단순히 여행지에서의 사고나 질병 발생을 대비한다는 단순한 설계가 초반부 주류를 이뤘지만, 보장 내용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여러 아이디어를 결합시켜 다양한 확장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른바 도어-투-도어(Door-to-Door) 형식이 편의를 증진시키면서 각광받고 있다. 여행자로서는 일단 귀국 후에도 한국 내에서 집까지 이동하는 것까지를 전체 해외여행의 완성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아울러 해외에서 병을 얻어 귀국한 경우 국내에서 마무리 치료를 받아야 하거나, 이런 국내 이동 부분에서 사고가 나는 경우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요긴하다.

다만, 이 같은 해외여행자 보험의 구성이 다른 사람의 불법행위와 손해배상과 얽힐 경우, 사안이 복잡해진다는 우려는 수면 아래 잠복해 있었다. 특히 최근 일어난 태화관광 교통사고를 계기로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언양나들목 인근 관광버스 교통사고로 사망한 탑승객들은 해외여행을 다녀오던 길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은 귀국 후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탔다 사고로 다수가 죽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은 상태다.

동부화재는 이들 탑승객들이 자사의 해외여행자 보험 그중에서도 일명 도어-투-도어(여행을 마치고 귀국할 때까지 일정을 모두 포함) 형식 상품을 든 것으로 파악, 사망자의 경우 보상금을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사망자의 경우 보상금 액수다. 본지 확인 결과에 따르면 이번 사망자당 지급액은 1인당 각 1억원이다. 동부화재가 약관 내용에 따라, 그리고 사고로 유가족들의 슬픔과 생활 곤란이 극심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책임을 다하겠다고 움직이는 점은 업계의 귀감이 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해외여행자 보험에 의한 처리가 오히려 사고 운송회사인 태화관광의 책임을 줄여주는 상식에 어긋난 상황을 빚을 수 있다는 의견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태화관광, 보험사 덕에 '손 안 대고 코 풀' 가능성까지 있다?

이런 해석이 가능한 원인은 크게는 △손익상계와 △보험자대위 두 개념 때문이다.

우선, 보험자대위라 함은 보험자가 보험사고로 인한 손실을 피보험자에게 보상한 후 피보험자나 보험계약자가 보험의 목적이나 제3자에 대해 가지는 권리를 법률상 당연히 취득하는 것을 말한다(상법 제681조, 제682조). 이같은 보험자대위는 손해보험의 경우에만 인정되고 인보험에는 인정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상법 제729조 본문).

그러나 인보험 중에서도 상해보험은 상법 제729조 단서에 의하여 당사자 사이에 다른 약정이 있는 때에는 보험자는 피보험자의 권리를 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그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할 수 있도록 예외적으로 보험자대위가 허용된다.

▲태화관광 사고가 운송업체 측 평소 차량관리 과실이 심각하다는 논란 외에도 해외여행자 보험 문제까지 얽히면서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사진은 사고 현장 사진. ⓒ 울산소방본부

손익상계란 일단 사고를 당한 사람이 보험 문제 등 어떤 식으로든 이로 인해 금전적으로 만족을 얻으면 그 부분에 대해 손배배상을 해야 하는 가해자가 물어줘야 하는 부분을 감액해서 총액을 조정하는 것이 사리에 맞다는 개념이다. 이번 사건에서 상대적으로 중요한 개념이다.

대법원 판례는 1978년 판결 등 일관되게 "손해배상은 실(제)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피해자로 하여금 실손해 이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는 것은 손해배상의 본지에 반하는 것이므로 손해를 입은 것과 동일한 원인에 의하여 이익을 얻은 때에는 그 이익은 공제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손익상계의 개념을 인정한다.

이들 내용을 종합하자면 불법행위로 인해 배상을 받을 전체 액수에서 보험 등으로 얻을 만족 부분을 제외하는 것이 공평의 관점에서 타당하다는 것이다. 이 경우 가해자가 지급해야 할 배상액=전체 손실액-보험 보상금 등 보상액이 된다.

다만, 보험사는 이 보험금 지급 후에 불법행위를 저지른 가해자에게 보험금 액수만큼을 구상하는 등 검토를 할 수 있다(보험의 성격에 따라 일부 제약).

이 문제를 이번 태화관광 사고와 여행자보험의 함수 관계에 반영해 보자.

우리 법원은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의 경우 위자료 총액을 1억원으로 정하되, 사건에 따라 20% 정도 상향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관행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해외여행자 보험으로 인해 다른 곳에서 이 전체 손해액의 거의 대부분을 지급하면서 가해자의 지출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해당 여행자보험을 받음으로써 태화관광이 배상 책임을 전혀 지지 않을 수 있다(0원)는 역효과까지 예상된다는 것이다. 손해보험이냐 인보험이냐의 논쟁 여부에 따라서는 동부화재에서 구상금 청구를 못하는 경우마저 생길 수도 있기 때문.

태화관광은 이번 사고에서 운전부주의와 정비소홀 등 적잖은 문제 소지를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퇴사한 전직 기사가 해당 회사의 버스가 정비가 소홀하고 부품 등의 교체에 인색했다는 주장을 한 보도가 나온 바 있고, 사고차의 운전기사가 알콜 문제 등 전력이 너무 많아 부적격 논란이 있을 만한 인물인데 검토를 충분히 하지 않고 채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본지가 울산지역 재계 관계자들의 평판을 모아본 바에 따르면, 해당 회사는 약간 불친절하지만 상대적으로 싼 가격으로 전세버스를 빌리는 수요가 적지 않았다. 또 그간 모은 돈도 많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결과론적으로 태화관광의 각종 관리 소홀 등 불법행위 책임이 다분하고, 이 같은 경우 상당히 큰 배상액을 산정할 수도 있는데, 오히려 보험 지급으로 인해 '어떤 식으로든 돈을 받았으니 제한을 해 달라'는 태화관광 측 주장이 나올 여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또 이런 논리가 정당하다는 법리 해석들도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일단 가능해 보인다.

◆1998년 판례 반영해 적극 해석 필요 '버스회사=어디까지나 가해자'

다만 이런 상식에 어긋나 보이는 논리를 수정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해외여행자 보험과 제3자에 의한 불법행위 배상 지급 범위를 다룬 사안에서 전향적인 판단을 내놓은 적이 있다.

대법원 1998.11.24. 선고 98다25061 사건이다. 원고 A가 포함된 B여행사의 단체여행객들은 태국으로 여행을 가서 산호섬 해변에서 국외여행인솔자(관광가이드)인 C의 인솔 하에 모터보트를 직접 운전하거나(일명 제트스키) 바나나스키와 같은 놀이시설을 즐겼다.

이때 같은 단체 여행객인 D가 운전하는 모터보트가 운전미숙으로 원고 A가 탑승하고 있던 바나나보트를 들이받는 바람에 원고 A는 그 충격으로 약 2개월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전후방십자인대파열상 등의 상해를 입었다.

원고 A는 여행자보험회사로부터 수술비, 치료비, 후유장애비 등의 명목으로 보험금을 지급받았는데, 귀국 후 '이와 별개'로, 피해자인 원고 A 및 그 가족들은 피고 B,C,D를 상대로 손해배상 및 위자료 청구를 했다.

이때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이 △보험자대위 및 △손익상계의 쟁점이었다.

대법원은 여행업자 B는 여행에 관한 전문지식을 가진 전문업자로, 합리적인 판단에 의하여 여행자의 생명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여행목적지, 여행일정, 여행서비스기관의 선택 등에 대해 미리 충분히 조사 및 검토를 진행해 합리적인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따라서 여행업자 B와 국외여행인솔자 C는 이러한 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으므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가해자인 D는 원고 A가 여행자보험회사로부터 수술비 및 후유장애비 명목으로 보험금을 지급받았으므로 D에게 이 사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원고가 가입한 해외여행자 보험은 여행 도중에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상해를 입었을 때에 그 상해로 인한 손해를 보상하는 일종의 상해보험이라고 평가했다.

이어서 대법원은 "상해보험에 의한 급부금은 이미 납입한 보험료의 대가적 성질을 가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 부상에 관하여 제3자가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에도, 보험계약의 당사자 사이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상법 제729조에 의하여 보험자대위가 금지됨은 물론, 그 배상액의 산정에 있어서 손익상계로 공제하여야 할 이익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여기서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데, 이번에 운송 문제에 개입한 태화관광을 판례의 B나 C처럼 해석하는 견해가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 일반적인 사고도 아니고 각종 정비 문제에 대한 의혹이 크다는 점 등으로 불법행위자인 D의 속성이 더 큰 위치에 이번 태화관광 측은 서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여행자보험의 속성이 손해보험이냐 인보험(생명보험과 상해보험 등)이냐에 따라 보험자대위가 가능하냐의 구분이 생기겠지만, 이에 대해서는 강정혜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가 '스포츠와 법'이라는 학술지에 2007년 8월 기고한 글('해외여행시의 스포츠사고와 해외여행보험')에서 해외여행자 보험은 보험약관의 형식상 인보험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동부화재의 해외여행자 보험금이 1억원이 나온다고 치더라도, 이는 태화관광 측의 손해배상 문제와 별개로 성립한다는 것이다(태화관광의 위치를 전적으로 D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는 경우). 이렇게 되면 여행자보험 보상금 약 1억원과 교통사고 배상금 약 1억원은 전혀 별개로 각 피해자 1인당 지급이 가능하다.

아울러 설령 태화관광의 역할과 성질에서 불법행위자인 D뿐만 아니라 운송계약 이행의무자로서 B와 C 성질까지 뒤섞여 있다고 하더라도 보험금과 별개로 손해배상금의 나머지 부분에 대해 지급해야 하고, 보험사는 인보험 중 상해보험의 특성상 태화관광에 이런 보험자대위권 행사를 할 여지가 열려있다고 봐야 한다.

어느 쪽으로 보든 보험자대위와 손익상계의 일반론에만 치중해서 태화관광은 사실상 해외여행자 보험의 덕을 보면서 사실상 아무런 금전적 의무를 지지 않고 유유히 빠져나갈 수 있다고 설명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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