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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어려운 '가짜 명품' 반지, 4주면 '뚝딱'

휘어지는 각도까지 모방…철저한 보안에 정밀추적 못하면 꼬리 못잡아

서경수·임혜현 기자 | sks@newsprime.co.kr | 2016.10.20 15:27:17

[프라임경제] "4주 후에 뵙겠습니다." 한때 이혼 사연을 다뤄 인기를 끌던 드라마에서 조정위원이 하던 단골 대사다. 이제는 드라마가 종영해 원조 대사는 들을 수 없지만, 비슷한 소리를 엉뚱하게도 금은방 한편에서 들을 수 있다. 전혀 다른 세상, 은밀하고 정교한 가짜 명품 장신구의 세계가 열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서울과 부산 등 전국 주요 도시들에서 공공연하게 가짜(속칭 짝퉁) 명품 액세서리가 나돌고 있다. 명품의 인기에 힘입어 모조품이 기생하는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백화점의 명품 매장에서도 혼동할 정도로 정교함을 자랑하는 수준까지 진화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세계적 규모로 가짜를 사랑해 관련 시장이 크게 형성된 국가로 알려져 있다. 암시장 전문 조사사이트로 과거 명성을 날렸던 하보스코프 닷컴 자료에 따르면 한국 위조상품 시장은 142억달러 규모(2012년 기준: 당시 돈으로 약 17억원) 세계 10위권 언저리를 차지한다.

이런 상황은 2011~2015년 관세청에 적발된 각종 가짜 상품 수입 규모를 보면 크게 달라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최근 5년  동안 단속된 가짜 제품 규모는 3조2000억원을 넘는다(지적재산권 침해 상품 적발의 96.5%는 밀수입, 밀수출은 3.5%에 불과하다).

이 중 이채로운 부분이 있다. 품목별로 들여다 보면 △시계류가 9877억원대로 액수가 가장 크고 △가방 7184억원 △비아그라류 4358억원 등이 천문학적 액수를 자랑한다.

하지만 가짜 상표를 입히거나 디자인을 베낀 팔찌나 반지, 목걸이 등의 액세서리 밀수입 단속은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신변잡화류나 기타에 섞여 들어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제하고 각각의 규모 자료를 설명했다.

같은 기관에서 갖고 있는 최근 5년 가짜 상품 밀무역 적발 규모를 보면 신변잡화류는 587억원대이고, 기타 항목은 694억원선이다.

여러 항목이 함께 집계된 것을 감안하면 미미한 규모로 볼 수 있다. 이는 가짜 상품의 90% 이상을 중국산이 차지하는 상황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중국에서 만든 가짜 명품 반지 등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눈에 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태블릿 들고 몰래 상담 후 물품 인도…"나 잡아봐라"

실제로 이 방면의 전문가들에게 간접적이나마 사정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우선 종로귀금속상가에서는 가짜 명품의 기술력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평이 나돈다.

이곳 관계자는 한 예로 핑크골드(장식용 모조금의 일종으로 로즈골드라고도 부름) 명품 액세서리와 모조품의 품질을 언급했다. 보통 자연광 상태에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조명 효과로 구분이 가능했는데 최근 들어 이런 구분이 쉽지 않을 정도로 가짜 명품이 잘 나온다는 것.

이 관계자는 "(귀금속) 가게 같은 강렬한 조명을 받으면 색깔이 '살짝 떠 보이는' 경우나 그냥 일반 골드처럼 (노랗게)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제대로 만들지 않은 제품이다. 지방에서 구입한 가짜 로즈골드에서 가끔 보이는 경우로 구분이 가능했다. 그런데 요즘은 그렇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명품 브랜드들의 핑크골드 제품이 모조금이라는 한계에도 주목받고 사랑받는 이유는 색이 예쁘기도 하지만, 변색되는 시기를 현격히 늦추는 기술력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상 모양만 베끼던 가짜 명품 액세서리들이 이런 기술력 차이를 어느 정도 따라잡았다는 것이다.

▲진품만 취급하는 많은 선량한 업자와 달리 일부에서는 명품 디자인을 베껴 이익을 취한다. 사진은 한 귀금속 가게 진열장으로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다. ⓒ 프라임경제

이런 기술력은 한국인의 정교한 손재주와 진짜와 비슷한 것을 넘어서서 감쪽같은 제품을 요구하는 심리가 어우러져 빚어낸, 우리 사회의 어두운 부분이다. 여기에 과감한 투자까지 더해져 각국 명품 액세서리들의 쌍둥이를 찍어내고 있다.

갈색 가방으로 유명한 A사, 액세서리 외에도 다양한 제품군을 거느린 B사와 부드러운 곡선의 팔찌를 만들어 내는 C사 등 모두 이 같은 제조업자들의 정조준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울산 지역 업체들을 통해 음성적으로 가짜 명품 반지와 팔찌 등의 주문과 구입이 가능한지 살펴 봤다. 커다란 로고가 새겨진 제품을 공공연히 진열해 놓고 파는 작은 규모의 동네 금은방부터, 진품과 거의 구분이 가지 않아 전문 매장에서도 깜박 속아 넘어간다는 허풍 섞인 자랑이 따라붙는 속칭 1급 이미테이션 판매자까지 다양하게 퍼져 있다.

이들은 "우리 제품은 백화점 매장에 끼고 가서 (그 브랜드의 다른 제품을 사거나 수리 요청을 할 때) '그 제품도 수리 필요하면 오세요' 소리를 듣는다"고 말한다.

서울의 경우도 가짜 취급 업소는  존재한다. 그러나 한층 조심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업소는 태블릿을 통해 실제 명품 액세서리 이미지를 띄우면서 설명과 주문을 받는다. 사실상 노출이 잘되지 않고, 뜨내기 손님을 가려받는 시스템이다.

따로 밀링머신 갖추는 장인정신

지역마다 이런 높은 수준의 물건을 취급하는 이들은 '한정된 고객층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투자를 하는 장인정신(?)까지 보이기도 한다. 사실 사람들이 소비를 통해 자신을 나타내고 싶어하는 것이 명품의 존재 기반이고 그걸 모두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가짜 명품 역시 존재한다.

하지만 가격이 비쌀수록 더 많은 구매를 하게 되는, 이른바 '베블렌 효과'가 작용하는 게 명품의 속성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적지 않은 돈을 들여 가짜를 사려는 시장까지 무한 확장된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가짜 제작을 시도하는 이들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지만, 현재 우리나라 가짜 명품 반지와 팔찌 제작 기법은 '문제 수위'를 넘어섰다는 분석이다. 사진은 불가리 반지로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다. ⓒ 불가리

C사의 팔찌가 그 예다. "이 브랜드는 활처럼 휘어지는 곡선이 특징이다. 아무리 재주가 좋아도 보통 이것저것 하는 기계로는 이 곡선 각도를 맞출 수가 없다. 그래서 (다른 가짜 팔찌를 들어보이며) 이렇게 만드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경우 거의 맞추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하는 분이 두 분"이라며 주문 공방의 수준에 대해 설명한다.

이쯤 되면 기업체의 R&D(연구개발) 투자에 필적하는 정성이다. 그렇다고 해도 금값과 일정 수준의 수공비 이상에 추가 비용을 얹어서 바로 회수할 수는 없다. 알음알음으로 천천히 소문이 나고 소개로 오는 손님을 받겠다는 정신이다.

이런 공정과 나름대로의 철학에 의해 산정되는 가격은 약 절반 정도. B사의 인기 반지 제품의 경우 300만원대 정가의 반 수준이면 각도와 모서리의 둥굴림 처리 등 세세한 '디테일'까지 재연한 가짜를 살 수 있다. 사실상 한 사람이 정당히 치러야 할 가격으로 커플링을 할 수도 있는 셈이다.

결국 정보를 파악해 의심이 가는 판매자를 접촉, 주문을 직접 낸 뒤 물건을 인도받으면서 적발해 내지 않으면 이런 가짜 명품 액세서리를 사후적으로 단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함정단속으로 문제삼을 여지마저 있다. 다만 오히려 너무 정밀한 제품이라는 점이 역으로 이들을 옥죄는 요소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 유력하다. 한 법학 박사는 "미리 틀과 밀링머신(선반) 등을 따로 준비해 가짜를 만들어낼 정도라면, 원래는 범죄를 저지를 생각이 없는 판매업자나 세공업자에게 가짜를 만들어 달라고 경찰 등이 요청해 비로소 범죄 의사를 일으키게 하는 함정단속과는 문제가 다른 것으로 보인다. 함정단속으로 잡아들이는 문제는 형사법에서 논란 대상이지만, 이 경우는 판례 태도에 비춰보면 위법한 함정수사가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인력이다. 일반적으로 범죄를 다루는 경찰이나 특허청 소속 직원(상표권특별사법경찰) 등만으로는 이처럼 작은 물건까지 세세히 파고 들어 캐고 다니기 쉽지 않다는 것.

특허청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작년 가짜 물건 단속 건수만 110만점이다. 이 문제를 다루는 전담 특사경이 채 30명이 안 되는 인원 규모에도 전국의 가짜 상품과 분투하며 얻어낸 성과다. 이런 이들에게 '작고 반짝이는 물건'을 특히 유념해 따라잡으라고 요청하는 것은 지나친 기대로 보인다.

특단의 조치가 강구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는 가짜 명품, 특히 액세서리류 관리와 통제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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