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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법률칼럼] '사해행위' 아시나요?

 

임동권 법무법인 금양 변호사 | enrichyou@naver.com | 2016.06.27 11:59:44

[프라임경제] 사해행위는 법률상 채권자가 채무를 면하기 위해 자기의 재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의 방법으로 총재산을 감소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이러한 사해행위는 법률적으로 취소할 수 있기 때문에 사후에 채무자의 재산을 되돌리는 대상이 된다.

A씨는 4남매의 막내딸로 태어났다. A씨의 부친은 서울에서 잘나가는 재력가였기 때문에 4남매들에게 남부럽지 않은 교육을 시키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다만 막내인 A씨가 사회에 나오게 될 무렵 가세가 기울었고, 건강도 악화됐다.

A씨를 제외한 형제자매들은 부친에게 막대한 사업자금도 증여받고, 결혼자금도 후하게 증여받았다. 반면 A씨가 돈이 필요할 만큼 성장한 후에 A씨 몫으로 남은 것은 부친과 함께 살고 있는 집 한 채가 전부였다.

A씨의 부친은 임종을 대비해 유서를 작성했다. 그 내용은 '나를 끝까지 책임지고 간병해준 막내딸 A에게 남은 집 한 채를 물려준다'는 것이었다. 그 후 A씨의 부친은 사망했고, A는 부친을 간병하느라 결혼도 하지 못한 채 노년을 보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된다. A의 큰 오빠 B씨는 부친에게 증여받은 막대한 재산에도 불구하고  신용불량자가 된 것이다.

A씨가 유산으로 상속받은 주택에 대한 상속등기를 완료하자, C씨는 기다렸다는 듯이 A씨를 상대로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했다. B씨가 C씨에게 갚을 돈이 있으니 B씨의 상속범위 내에서 책임지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A와 B는 부친에 대한 각자의 상속지분이 있고, B씨의 상속지분까지 A가 모두 상속받은 것은 C씨의 채권을 침해한 것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었다.

이 사건의 쟁점은 과연 A씨가 오빠인 B에 대한 C씨의 채권이 있었는지 알고서 상속을 받았느냐는 것이었다.

법률적으로 사해행위가 인정이 되면 A씨는 C씨의 채권을 해한다는 정을 알았다고 추정된다. 몰랐다는 부분을 A가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A씨는 너무나 억울했다. 몰랐다는 사실을 입증하라니.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게다가 유서의 효력도 인정받지 못했다. 유서에 작성자의 주소가 빠져있었다는 이유 때문이다.

모든 것이 상식과는 다르다. 자필로 작성된 유서에 주소가 빠져있다는 이유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이 사건에서 의뢰인이 억울해하는 부분은 두 가지다. 먼저 '몰랐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이 본인에게 있다는 점, 다른 한 가지는 자필로 작성된 유서에는 주소가 반드시 기재돼야 법률상 효력을 갖는다는 점이다.

'몰랐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에 관련해서는 법률적으로 '추정'이라는 말이 갖는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

민사소송에서는 주장하는 자가 주장하는 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을 진다. 이는 곧 진위불명의 상태에 빠지게 되면 입증책임을 지는 사람이 패소의 부담을 갖는다는 것으로서 소송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이론이다.

다만 이러한 입증책임은 법률규정에서 그 부담주체가 정해지기 때문에 증거가 일방에 편재돼 있는 현대소송에서는 불합리한 경우가 있다.

물론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입증책임의 부담주체가 불합리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사건 의뢰인의 경우 억울함을 뒤로하고 법률적 주장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법률상 '추정'되면 입증책임은 상대방에게 전가된다.

따라서 의뢰인은 억울하더라도 이 '추정'을 깰 만한 증거를 찾아야만 하는 것이다. 그것도 재판이 종결되기 이전에.

두 번째로 자필로 작성된 유서에 주소가 필요하다는 부분은 '상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민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이를 다툴 수 있는 방법은 '헌법'에 규정된 기본권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위 사건은 아직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변호사로서 항상 '입증책임'에 시달리는 필자로서는 의뢰인의 억울함이 나의 일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임동권 법무법인 금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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