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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돈 내고 하도급하기(?)

 

임동권 법무법인 금양 변호사 | enrichyou@naver.com | 2016.04.28 15:51:05

[프라임경제] 건설업계는 도급계약이 연쇄적으로 체결되는 특징으로 인해서 소위 말하는 '갑을관계'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직종 중 하나다.

이런 '갑을관계'의 한계 때문에 원도급업체로부터 일감을 받아야하는 하도급업체는 변변한 계약서 한 장 요구하는 것도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을'이 대등한 당사자로서 떳떳하게 자신의 몫을 요구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계속적인 거래관계'라는 건설업 전반에 걸친 관행이 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법정에 서게 된 B회사 사장이 떠오른다.

A회사는 지역에서 이름만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종합면허를 가진 중견건설사이고, B업체는 이제 갓 사업을 시작하는 소규모 건설회사다.

B회사 사장은 A회사로부터 하도급을 받을 요량으로 물심양면으로 모든 면에서 정성을 다했고 A회사 사장은 B회사에게 선심 쓰듯 하도급공사를 줬다.

이에 신이 난 B회사 사장은 이런 저런 형식도 마다하고 현장부터 개설해 공사를 시작했으며 문제는 이때부터 발생하게 된다.

A회사 사장은 B회사 사장에게 공사대금을 지급커녕 회사가 지금 자금이 없으니 돈을 빌려주면 그 돈으로 공사비를 지급하고 나중에 갚겠다는 요청을 해온 것이다. 그것도 딸랑 영수증 하나만 써주는 조건으로 수억원에 이르는 돈을 요구한 것.

A회사와 B회사는 10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이 같은 거래를 계속하게 됐는데 빌려준 돈이 10억원에 육박하게 됐다.

A회사는 B회사가 빌려간 돈을 갚아달라고 할 때마다 다음에 이윤이 많이 남는 공사를 하도급주겠다며 그 지급을 미루곤 했다.

결국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 B회사 사장은 법원의 판단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재판부는 10억원에 육박하는 돈이 B회사로부터 A회사로 입금된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그 금원의 성격이 차용금인지 아니면 10년이 넘는 계속적인 거래관계에서 오간 금융거래 중 일부였는지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B회사의 대여금 청구를 기각한 것이다.

문제는 어디에 있었을까? 바로 '차용증'을 작성하지 아니하고 '영수증'을 교부받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민사재판은 냉정하게 '증거'에 의해 판단한다. 아무리 간접증거나 정황증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처분문서'의 증명력에 미칠 수는 없는 것이다.

'영수증'은 돈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문서이고 '차용증'은 돈을 빌려주고 받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문서다. 일상에서 흔히 혼용해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법률적으로 의미하는 바는 위 사례와 같이 천지차이인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위 금전거래는 상인 간의 거래이므로 '5년'이라는 소멸시효에도 걸리게 된다.

'소멸시효'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사실상태가 지속되는 경우 그 권리가 소멸됐음을 인정하는 제도다.

즉, 위 사례에서 B회사는 최초 돈을 빌려준 날로부터 5년이 지나기 전에 돈을 갚으라고 재촉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아무리 '을'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형식은 '갑'에게 요구해야 한다. 최소한의 법률지식도 갖춰야 하는 것이다. 민사소송이든 형사소송이든 당사자가 법률을 몰랐다는 것은 변명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B사장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답답해왔다. 필자가 변호사가 되기 전 건설회사에 다니던 시절이 회상됐다.

현장 회식이 있는 날이면 하도급에 하도급을 거듭하는 수많은 '갑을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행여나 '갑'의 눈 밖에 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결국 위 사건에서 B회사는 조정절차를 거쳐 일정부분 빌려준 돈을 보전 받을 수 있었지만 '돈 내고 하도급'하던 B회사 사장의 타들어가는 속마음은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건설업은 현재 유래 없는 불황으로 시름하고 있다. 필자는 건설경기가 활성화돼 이 같은 관행을 바꿀 수 있는 동력원을 지원받기를 마음속으로 기원해본다.

임동권 법무법인 금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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